99센트면 '正品'음악 다운로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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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의 음악팬을 어떻게 잡을까'.

수많은 음원(音源)을 자산으로 갖고 있는 음반사들에 온라인 해적 음악(저작권료를 지불하지 않고 무료로 음악을 다운받는 것)만큼 큰 골칫거리도 없다. 이들은 음원의 불법 유통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하면서도, 첨단의 온라인 환경을 어떻게 마케팅에 반영할까 고민이 적지 않다.

이 와중에 최근 미국에서는 음반 가게에서도 온라인으로 음악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게 하는 '디지털 다운로드' 상품을 고안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디지털 다운로드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음반사는 세계에서 가장 큰 음반회사로 꼽히는 유니버설 뮤직 그룹.

디지털 다운로드란 고객들이 음반 소매점이나 음악 사이트에서 약간의 돈을 지불하고 음악을 다운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유니버설은 약 4만3천곡을 이 '다운로드 매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디지털 음악의 새로운 마케팅 시장 개척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유니버설 관계자는 "이 곡들은 다운받아 CD로 구울 수도 있고, 휴대용 MD로도 전송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가격은 곡당 99센트 한 앨범당 9.99달러 예정. 미국에선 오프라인 음반매장인 타워레코드와 사이버상의 음반매장인 롤링 스톤· MP3닷컴 등 25개 이상의 소매점과 음악 사이트에서 곧 판매를 시작한다.

온라인 시장을 개척하려는 노력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온라인 시대 초기에 음반사들은 복잡한 방식으로 한 곡에 3∼5 달러씩 팔려고 했다. 당연히 팔릴 리가 없었다. 이와 별도로 기술의 발달과 함께 등장한 것이 공짜로 파일을 주고받는 p2p방식(peer-to-peer:온라인 이용자들끼리 파일을 주고받음). 우리나라의 소리바다와 같은 방식이다.

그러자 음반제작자들이 곤란해졌다. 이용자들끼리 저작권법을 무시하고 공짜로 주고받으니 제작자들의 음반판매가 부진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최근 미국 음반제작업자들은 음반시장을 훼손시키고 있는 불법 무료 사이트로부터 음악팬들을 다시 끌어오자며 '온라인 라이선싱 협약'(Online Licencing Deal)을 선언했다.

유니버설의 다운로딩 프로그램은 바로 이 협약에 부응하는 첫번째 '결단'인 셈이다. 음악팬들은 디지털 카탈로그에서 에미넴·다이애너 크롤·넬리·섀기·샤니아 트웨인·셰릴 크로·U2 등의 음악을 찾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유니버설은 머라이어 캐리의 새 싱글 음반이 발매되기 전에 다운로드 매장에 먼저 내놓음으로써 온라인 고객을 사로잡는다는 전략도 구상하고 있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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