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 중 미군범죄' 재판권 美 "절대 양보 못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2001년 초 개정된 SOFA 협정이 이번 사건으로 다시 도마에 올랐다.

1966년 2월 체결돼 이듬해 발효된 SOFA 협정은 한국이 절대적으로 불리하게 돼 있다가 91년 1차 개정에 이어 95년부터 한·미 간의 끈질긴 협상 끝에 2001년 초 다시 고쳐졌다. 92년 마이클 이병의 윤금이씨 살해 사건과 2000년 매카시 상병의 이태원 여종업원 살해 등으로 SOFA의 문제점이 노출돼 2차 개정에 이르게 된 것이다.

2차 개정으로 살인·강간 등 12개 주요 범죄에 대해선 기소 때 신병을 인도하고, 나머지 범죄의 경우 형 확정 뒤 신병을 인도하도록 했다. 독일에 이어 처음으로 환경조항을 명문화함으로써 앞으로 우리 정부가 미군의 환경오염 사고에 적극 대처할 수 있게 됐다.

이밖에 독소 조항으로 지적돼온 '미군의 군사상 필요에 따라 고용을 중단할 수 있다'는 규정을 '주한미군은 정당한 사유 또는 군사상 필요 없이는 해고할 수 없다'로 개정하고, '군사상 필요'의 범위를 군대임무 변경 등 구체적으로 적시함으로써 국내 노동법 적용 배제조건을 엄격하게 했다. 그런데 이번 여중생 사망사건으로 공무 사건에 관한 재판 관할권 등의 재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된 것이다.

미군은 공무 중 재판 관할권에 대해선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독일·일본 등 84개국과 SOFA 협정을 맺고 있지만 공무 중 발생한 사건에 대한 재판권을 다른 나라에 넘겨준 사례는 한번도 없다는 것이다.

우리 군이 평화유지활동(PKO)을 위해 외국에서 임무수행 중 발생한 사고를 한국군 법정에서 재판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주장이다.

우리 정부 일각에서도 SOFA가 개정된 지 불과 2년도 안돼 또다시 개정을 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다만 본 협정 규정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세부 절차 등은 미국 측과 협의해 보완해야 한다는 데는 의견이 일치한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kimseo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