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심에 발 묶인 시각장애 대표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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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도 가슴에 한국축구의 상징인 호랑이 문장을 새긴 유니폼을 입고 뛴다. 국가대표라는 자부심도 있다.

그러나 누구도 그들에게 눈길을 주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공을 차는 것은 자신있지만 보이지 않는 편견을 걷어내는 데는 아직 힘이 부친다.

시각장애인 축구 대표팀이 출전 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세계선수권 대회 참가를 포기해야 할 딱한 상황에 놓였다. 한국은 11월 30일부터 12월 8일까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벌어지는 시각장애인 세계축구선수권대회 출전 신청을 했지만 왕복 항공권 경비(약 2천7백만원)를 확보하지 못했다. 시각장애인연합회 예산은 이미 바닥이 났고, 여기저기 후원의 손길을 찾아봤지만 소득이 없었다.

문제는 이 대회에 참가하지 못하면 2004년 아테네 장애인올림픽 출전 자격을 딸 수 없다는 점이다.

국제시각장애인스포츠연맹(IBSA)은 이 대회 성적을 기준으로 대륙별 올림픽 출전 쿼터를 정하기로 했다. 아시아에서는 한국이 유일하게 참가 신청을 했기 때문에 출전만 하면 아시아 대표로 선발될 수 있으나 출전하지 않으면 아시아에 배당될 티켓은 없어진다.

대표팀 홍종태(39) 감독은 "대부분 직장을 갖고 있는 선수들이 힘들게 시간을 내 매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맹훈련을 해 왔다. 이달 초 서울에서 열린 국제시각장애인 대회에서 일본을 3-2로 꺾고, 브라질과 0-0으로 비기는 등 선전을 해 선수들의 사기도 매우 높다. 무엇보다 축구를 통해 삶의 활력을 찾은 선수들이 상처를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02-950-0124)는 아직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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