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 "盧후보 당선 위해 최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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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5일 0시15분 국민통합21 당사에 모여있던 당직자들은 정몽준 후보의 패배 소식에 말을 잇지 못했다. 한 관계자는 "정말 최선을 다해 싸웠고, 이길 수 있으리라고 확신했는데…"라며 눈물을 적셨다.

鄭후보는 당사 9층 후보실에서 부인 김영명(金寧明)씨 및 이철(李哲)선대위 부위원장 등과 함께 TV를 통해 결과를 지켜봤다. 선대위 주요 인사들도 회의실에 모여 TV를 지켜보며 鄭후보의 승리를 기원했다. 하지만 鄭후보가 패배한 것으로 나타나자 일순간 무거운 침묵에 휩싸였다.

24일 저녁 당직자들은 "각종 여론조사 결과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며 들뜬 표정들이었다. 보졸레 누보(햇 포도주)와 샴페인까지 준비해 놓고 승리의 순간만을 기다렸지만 끝내 샴페인은 터뜨리지 못했다. 결과가 발표되자 여직원들이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면서 분위기는 더욱 침울해졌다.

鄭후보는 노무현 후보가 승리한 것으로 확인되자 당직자들에게 "여러분들 모두 최선을 다했는데 내가 부족해 이렇게 됐다"며 "그동안 고생 많았다"고 일일이 위로했다.

이후 당사 기자실에 내려와 "盧후보의 승리를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盧후보의 당선을 위해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또 "새로운 정치를 기대하는 국민들의 바람에 어느 정도 기여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鄭후보는 '盧후보측 선대위원장을 맡겠느냐'는 질문에는 "만나서 논의해 보겠다"며 말을 아꼈다. 鄭후보는 더이상 말없이 부인 김영명씨와 함께 자택으로 떠났다.

민창기(閔昌基)협상단장은 르네상스 서울 호텔에서 결과를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이 잇따르자 "초상집에 너무 묻지 마라"며 제지하기도 했다.

鄭후보의 핵심 측근은 "결과가 어떻게 나왔든 깨끗이 승복할 것"이라며 "鄭후보는 합의대로 盧후보의 선대위원장을 맡을 것"이라며 승복에 대한 일각의 우려를 씻어내려 했다.

유몽희(柳夢熙)부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축하인사와 함께 "이회창 후보가 대통령이 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鄭후보가 패배하면서 통합21의 운명은 '바람 앞의 등잔불'과 같은 신세가 됐다. 비록 鄭후보가 선대위원장을 맡아 盧후보의 당선을 위해 협력하면서 국무총리나 당 대표 등 나름의 지분을 확보하려 하겠지만 그보다 먼저 당조직이 와해될 가능성이 크다. 당이 아직 기본적인 체계조차 잡혀있지 않은 상태여서 권력축이 이동하는 대세를 거스르기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통합21의 한 관계자는 "盧후보의 대선 승리와 관계없이 대선을 전후해 민주당에 흡수통합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또 다른 관계자는 "통합21은 鄭후보의 대선 출마와 관계없이 지속될 것이며, 국민통합과 정치개혁을 위해 나름의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박신홍·김성탁 기자

jbj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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