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현 '모래판 황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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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자' 이태현(26·현대)이 올시즌 모래판의 최고봉을 정복했다.

이태현은 24일 구미 박정희체육관에서 1만명의 관중이 운집한 가운데 벌어진 2002천하장사씨름대회 결승에서 '씨름천재' 백승일(LG)을 3-1로 물리치고 천하장사에 올랐다. 1994년과 2000년에 이어 생애 세번째 천하장사 타이틀을 차지한 이태현은 상금 5천만원을 받았다. 올시즌 한번의 지역장사와 두번의 백두장사 타이틀을 차지한 이태현은 시즌을 마감하는 이 대회에서 천하장사 타이틀까지 차지, 한국씨름 2002년의 최강자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94년 9월 천하장사 결정전에서 만난 이후 8년여 만에 결승에서 다시 백승일을 만난 이태현은 첫판을 기습적인 밭다리로 따내며 기선을 제압했다.

이태현은 첫판 심판의 호각이 울리자마자 밭다리로 승부를 걸었다. 두선수의 오른다리가 매우 가까이 모아진 상태에서 오른다리를 한발 앞으로 뻗어 상대의 오른다리를 걸고 공격을 했다. 밭다리 기술에 제대로 걸린 백승일의 몸은 허공에 뜬 후 모래판에 떨어졌다.

기습에 의해 첫판을 내준 백승일은 두번째 판 반격에 성공했다. 맞배지기 싸움에서 들렸지만 빈틈없는 수비자세로 상대의 공격을 차단했다. 이태현은 배지기 이후 안다리로 공격을 전환했지만 백승일은 빈틈을 주지 않았고 어설픈 공격으로 균형이 흔들린 이태현을 뿌려치기로 제압했다.

셋째판을 잡채기로 따낸 이태현은 넷째판에서는 무승부를 기록했다. 마지막판 백승일과 힘싸움을 벌이던 이태현은 상대에게 등을 보이는 큰 위기를 맞았다. 서로의 샅바가 풀린 상태에서 백승일은 이태현의 허리를 들어 공격에 나섰지만 이순간 이태현은 상대의 목을 감고 덧걸이를 성공시켜 마무리지었다.

이태현은 8강전 첫판에서 염원준(LG)과 무승부를 기록한 후 둘째판에서 상대의 빗장걸이 공격을 되치기로 받아쳐 첫승을 올렸으며 준결승에서는 팀동료 신봉민을 2-0으로 눌렀다.

구미=왕희수 기자

go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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