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명당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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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호 02면

대관령 해발 700m 고지에 만들어진 평창 알펜시아 콘서트홀은 630석 규모의 클래식 전용 공연장입니다. 지난 6월 완공됐습니다. 올해로 7회째를 맞은 대관령국제음악회(7월 23일~8월 13일·관계기사 9면)의 주무대가 됐죠. 지난해에는 다목적 홀에서 연주를 들어야 했는데 올해는 제대로 된 공연장에서 즐길 수 있어서 더욱 좋았습니다. 지난 주말 이 공연장에서 저는 흥미로운 장면을 보았습니다. 무대 바로 위에 설치된 10여 개의 좌석에 꼼짝하지 않고 앉아 무대를 내려다 보고 있는 학생들이 있었습니다(사진). 보통 합창석으로 쓰이는 이 공간이 여기서는 음악학교 수강생들을 위한 자리로 활용되고 있었습니다.

지난달 27일부터 대관령국제음악회 음악학교에 참가해 낮에는 바이올린 공부를, 밤에는 연주를 듣고 있다는 서울예고 1학년 최소영(16)양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여기 앉으면 (연주자의) 왼손이 잘 보여요. 제가 왼손에 힘이 많이 들어가서 고민이 많거든요. 세계적인 연주자들은 어떻게 하는지 아주 가까이서 볼 수 있어서 참 좋아요.”

내친김에 저도 그 자리로 옮겼습니다. 3m쯤 아래에 펼쳐진 무대가 손에 잡힐 듯 들어왔습니다. 음악에 빠져있는 연주자들의 뒤태에서는 신비한 아우라가 느껴졌습니다. 그런 모습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쳐다보는(가끔 옆으로 많이 기울어진 머리도) 객석도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값비싼 앞자리 대신, 학생용 윗자리에서 보는 무대와 객석은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었습니다. 마치 내가 다음 차례라도 되는 듯한 느낌. 이 자리에서 음악을 듣는 학생들도 아마 그런 심정이겠지요. 다들 머지않아 훌륭한 연주자가 되어 세계 무대 위에 당당히 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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