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마 같은 힘 매료 獨서 선수때 타던 차 아직도 '가보 1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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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한국과 독일에서 '차붐'을 일으켜 팬들을 열광케 했던 영원한 축구 스타 차범근(MBC 축구해설위원)씨는 축구선수들 중에서 남달리 자동차를 좋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 중에서도 독일에서 활동할 당시 구입한 지프형 SUV인 메르세데스 벤츠G(겔렌데:오프로드라는 뜻)를 아직도 애용하고 있다. 이 차는 車씨가 구입할 당시 메르세데스 벤츠에서 3백대만 생산한 것이다.

車씨는 독일에서 10년간 선수로 활약할 때 거의 메르세데스 차종만 탈 만큼 벤츠에 매료됐다. 메르세데스가 다른 차와 비교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는 "험한 도로 위에서 장애물을 피해가며 벤츠 GE230(2천3백㏄ 가솔린)을 운전하노라면 능숙한 수비선수를 제치고 골문으로 돌진하는 기분"이라고 했다.

車씨가 벤츠 매니어라는 사실이 독일에서 알려지자 벤츠사는 신차 발표회가 열릴 때마다 그의 가족을 특별 초청하고 시승까지 하도록 배려했다.

독일에서 사는 동안 그는 벤츠만 모두 7대를 탔다. 벤츠 외에도 지프형 미쓰비시·란치아 스포츠카·아우디A6·르노 등 마음에 든 차는 일부러라도 타볼 만큼 차 사랑이 각별했다. 그는 "한국에서 포니만 운전하다가 독일에서 세계 유명차들을 만나 타보고 싶어 정신을 못 차렸다"면서 "성이 車씨인데 차를 안 좋아할 수 있느냐"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車씨가 차를 좋아한 것은 젊은 시절부터였다. 22세 때인 1975년 운전면허를 딴 뒤 79년 처음으로 포니를 몰기 시작했다. 독일에서 구입한 메르세데스 벤츠 G바겐(왜건이라는 뜻)을 90년 한국으로 돌아올 때 가지고 들어온 그는 지금까지도 그 차를 타고 다니고 있다. 지난 한·일 월드컵 대회 때도 이 차는 전국 경기장을 누비며 해설에 바쁜 그의 동반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 차를 평생 탈 각오로 들여왔다며 "아직도 별 탈없이 가보 1호 노릇을 하고 있다"고 자랑한다. 그는 "독일 차와 독일 축구는 쉽게 유행을 따르지 않는 전통을 지니면서 오랫동안 신뢰를 줄 수 있는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고 평하기도 했다.

지금도 벤츠에서 한정 생산하고 있는 메르세데스 G바겐은 車씨의 말대로 20∼30년 정도는 걱정없이 탈 수 있는 혈통좋은 준마다. 4륜구동의 강인한 성능은 미국의 지프와 허머를 섞어놓은 듯한 느낌을 준다. 독일의 군용차로도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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