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이거나 ‘100’ 이거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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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0과 100.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 두 숫자가 최근 식품업계에서 마케팅 키워드로 사랑받고 있다. 100은 100% 국산 재료나 천연재료로 만든 제품 출시가 이어지면서, 0은 유해성분 무첨가를 표방하는 제품이 늘면서다. 대부분 0 또는 100이라는 숫자를 제품 이름에 넣거나, 혹은 포장 앞면에 크게 써놓는다. 국산 재료 100%는 곧 수입 재료 0%를 의미하기 때문에 0과 100이 단짝으로 한 제품에 함께 활용되는 경우도 있다. CJ식품경영연구소는 “소비자들의 식품 안전과 웰빙에 대한 관심으로 국산 재료, 무첨가 식품에 대한 인기가 올해 더 치솟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상FNF 종가집이 올 4월 내놓은 ‘100% 국산 표고버섯두부’는 100% 국산 콩과 참나무에서 자란 100% 국산 표고버섯을 썼다는 점을 강조한다. 같은 회사가 6월 내놓은 ‘손열무냉묵밥’도 도토리묵과 열무김치 등 100% 국산 재료만 쓴 점을 내세우고 있다. 종가집 김치도 국내 판매 제품은 물론 해외 수출품까지 100% 국산 재료만 썼다는 점을 마케팅 포인트로 삼고 있다.

CJ제일제당의 ‘해찬들 100% 국산고추장’(사진 왼쪽)과 ‘해찬들 100% 국산된장’은 모든 원재료를 국산만 썼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제일제당이 새로 내놓은 ‘100% 신안천일염 오천년의 신비’도 전남 신안군에서 생산된 100% 국내산 천일염으로 만들었다는 점을 널리 알리려 제품 포장에 100%를 크게 써놓았다.

풀무원은 합성 첨가물과 설탕을 넣지 않고 100% 과일로만 만든 생과일 주스 ‘아임리얼(I’m Real)’을 선보이고 있다. 웅진식품이 내놓은 ‘자연은 생으로 가득한 오렌지 100’과 ‘포도 100’도 식품 첨가물을 넣지 않고 원액으로 만든 냉장주스. 출시 두 달 만에 40억원의 매출을 돌파했다. 대상FNF 박대기 팀장은 “100% 국산 재료를 쓸 경우 원가가 올라가지만 소비자들이 가격대가 약간 높더라도 믿을 수 있는 프리미엄 제품을 선호하는 추세여서 100% 마케팅은 더욱 늘 것”이라고 말했다.

0% 마케팅은 설탕 0%, 지방 0%, 또는 칼로리가 0이란 점을 강조하는 제품에서 주로 쓰인다. 매일유업은 식이섬유와 콜라겐을 보강하고 지방·향·색소·안정제 등은 넣지 않은 무지방 요구르트 ‘퓨어 제로팻’(오른쪽)을 올봄 출시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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