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여성]선진국은 이렇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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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5면

얼마 전 '여성 과학기술인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통과됐다. 연구소와 기업에 과학기술 분야 여성의 채용 목표 비율을 설정하게 하는 것 등이 주요 내용이다. 법률 하나 생긴다고 당장 큰 변화가 생기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법률에 따라 여성과학자를 지원하는 여러 정책이 법적 근거를 얻게 된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들이 사회적 약자라서, 여성과학자들을 위한 정책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실력만 기준이 되도록 성차별 요소를 없애는 것과▶오랫동안 많은 돈을 들여 키운 인재들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성별과 국적에 상관없이 능력있는 과학자를 얻는 것들이 나라와 과학의 발전에 중요하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은 일찍 이 점을 깨닫고 여성과 과학기술에 관한 여러 정책을 펴 왔다. 선진국 정책의 특징은 여성 과학기술인의 성장 단계별로 지원책이 구성된다는 점이다.

미국을 보자. 미국 국립과학재단은 대학까지의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특별 강좌, 과학 캠프, 선배와의 만남 등을 통해 과학을 선택할 동기를 제공한다.

나아가 여학생이 대학원에서 과학을 선택하면 전문가로 커가는 데 필요한 프로그램을 단계적으로 제공한다.

처음 연구를 시작하는 여성 과학자들에게는 연구과제 탐색을 위한 사전연구를 지원한다. 또 역량 있는 여성 과학자들을 위한 연구기금을 운영한다. 여성 과학자 단체를 지원하고 여성 과학자들의 취업이나 경력 개발을 위한 정보망을 운영하는 것은 물론이다.

다른 선진국도 비슷하다. 독일은 대학과 연구소의 여성 연구자 수를 늘리기 위해 2001년부터 '연구 및 교육부문 여성 기회균등'이라는 장기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유럽분자생물학기구는 올해 '재출발 장학금' 제도를 새로 만들었다. 가사나 육아 문제로 연구활동을 중단한 여성 과학자들이 연구자로서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이은경 박사·과학기술정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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