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정치포스터 30년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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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와 전단은 가장 오래된 선전 미술이자 생활과 밀착한 대중문화다. 미국의 미술평론가 루시 리파드가 70년대에 "너무나 '좋은 선전'은 미술이 마땅히 지향해야 할 바다. 그것은 하나의 자극, 즉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생각하는 새로운 방식"이라고 말했을 때, 미국은 베트남 전쟁과 인종차별로 비틀거리며 민주주의의 빛을 잃고 있었다. 이즈음 페이스 링골드 같은 미술가는 '성조기가 피를 흘린다'는 선전미술로 시민들에게 역사를 바로 보도록 이끌었다.

20일부터 30일까지 경기도 분당 코리아디자인센터 전시장에서 열리는 '직설과 풍자의 전통-영국 정치포스터 30년'은 길거리 포스터 캠페인으로 건강한 정당정치를 가꾸어온 영국의 전통을 엿볼 수 있는 전시회다. 포스터·전단·배지·티셔츠 등 1백여 그래픽 작품이 '좋은 선전'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준다.

한국디자인진흥원(원장 정경원)이 개최하는 '제 1회 코리아국제포스터 비엔날레'의 특별전으로 마련된 '영국 정치포스터 30년'전은 대통령 선거를 한 달 앞둔 우리에게도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줄 것으로 보인다.

곧 거리 담벼락을 도배하게 될 대통령선거 포스터의 등장 인물들이 보다 생명력 있는 모습으로 유권자에게 다가가기를 바라는 뜻이 이 전시에 담겨 있다. 21·22일 오후 3시부터는 이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 리즈 매퀴스톤이 영국 그래픽디자인 전반을 설명하는 기념 세미나도 열린다.

지난해 12월 1일부터 올 1월 31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디자인미술관에서 열렸던 '디-자인 코리아:디자인의 공공성에 대한 상상'전에서 대통령선거 포스터를 다뤘던 그래픽 디자이너 김영철씨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커뮤니케이터로서 진정으로 대통령과 얘기하고 싶다. 부동의 흉상이 아니라 국민의 삶의 결을 헤아리고 국민과의 관계를 끊임없이 규명하려는 멋있는 대통령, 정치문화, 그 전부를 시각물로 결집한 포스터를 만나고 싶다." 031-780-2161.

정재숙 기자

johanal@joongang.co.kr

1968년 프랑스에서 일어난 5월 혁명 때, 파리시를 뒤덮었던 건 학생·노동자·시민·예술가들이 한 마음이 돼 제작했던 포스터와 전단들이었다. 쟁점이 된 정치적 사안을 빠르고 정확하게 표현한 디자인물이 혼란에 빠진 대중에게 나침반이 되었다. '개혁 찬성, 난장판 반대!'라는 드골 대통령의 구호에 맞서 이들은 드골을 우스꽝스럽게 그려 넣은 포스터에 '이 자가 바로 그 개판이다'란 한마디를 적어 되받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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