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계남·유시민 양쪽 다 당의장 출마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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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대표적 친노(親盧) 인사인 명계남.유시민 두 사람의 관계가 심상찮다. 열린우리당 내에선 '노무현의 길'을 함께 걷던 두 사람이 이제 '각자의 길'로 갈라선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명계남씨는 최근 노사모 출신을 중심으로 구성된 '국민참여연대(국참연)' 의장을 맡았다. 유시민 의원은 당내 개혁당 출신이 주축이 된 '참여정치연구회(참정연)'를 주도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오는 4월 전당대회의 당의장 출마설이 나온다. 인터넷에선 국참연과 참정연, 어느 쪽이 진짜 '친노'인가를 놓고 적자(嫡子)논쟁이 한창이다.

명 의장은 17일 MBC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출연, 참정연에 대해 "저희보다 먼저 나서 당을 사랑했던 분들"이라며 "참여정부와 집권당의 성공을 바라는 점은 똑같다"고 말했다. 유 의원 측도 "개혁세력이 분열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좋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속사정은 사뭇 다르다. 국참연의 한 핵심관계자는 "참정연은 특정인을 중심으로 줄을 세우는 형식"이라며 "패권.엘리트주의로는 성공 못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개혁당 출신 한 인사는 "국참연이야말로 조직을 앞세워 특정인들이 자기 정치를 하려는 곳"이라고 반박했다.

유 의원은 국참연 구성 직후인 지난해 11월 말 한 인터넷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봉사한 집단은 참정연밖에 없다"며 "진짜 친노는 참정연뿐"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국참연 관계자는 "유 의원이 '적자' 논쟁을 하고 싶은가 본데 노무현 대통령의 적자는 노건호씨 한 사람뿐"이라며 "발언을 삼가달라"고 말했다.

일부 주변 사람들은 "명 의장과 유 의원의 갈등은 상당히 오래된 것"이라고 말한다. 노무현 후보 지지와 '안티 조선' 활동 등 공통 목표로 움직였던 두 사람이지만, 2002년 대선 준비 과정에서 인터넷 정당 창당 문제와 '희망돼지' 모금활동 등을 놓고 견해차가 컸다는 것이다. 국참연 한 관계자는 "유 의원이 당시 명 의장 등이 준비하던 '정정당당'이란 인터넷 정당 창당 아이디어를 그대로 가져다 개혁당을 만들었다"고까지 했다. 이에 대해 유 의원의 측근은 "개혁적 국민정당은 유 의원이 1980년대 말부터 공개적으로 주장했던 것"이라며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말했다.

최근 명 의장과 국참연이 여당의 '구 당권파'와, 유 의원과 참정연이 '재야파'와 좀더 가까운 행보를 보이는 것도 갈등의 골을 깊게 하는 요인이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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