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IMF 5년' 자화자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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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재정경제부는 18일 『IMF 5년의 성과와 과제』(사진)란 책자를 내놓았다. 이 책은 그동안의 성과를 소개하는 데 주력하고, 앞으로의 과제에 대한 고민을 별로 담지 않고 있다. 정부가 만든 홍보 책자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문제점조차 좋은 쪽으로만 포장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책은 "노사가 지난 5년간 대화와 타협을 통해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상생의 신노사 문화를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올 들어 노사분규 건수는 2백87건으로 지난해의 2백35건을 훌쩍 넘어섰다. 현재도 금융노조는 조흥은행 매각에 반대해 총파업을 선언했고, 한국노총·민주노총은 경제특구법에 계속 반발하고 있다.

최근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가계부채에 대해 책자는 "선진국과 비교할 때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고 밝혔다. 개인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한국을 1백으로 할 때 미국이 1백7, 일본은 1백11로 우리나라가 이들 나라보다 더 낮다는 것이다. 그러나 홍익대 박원암 교수는 "최근 가계부채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급증했는데, 선진국 수준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사태를 너무 안이하게 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책자는 또 공적자금 투입의 불가피성과 성과만 나열했을 뿐, 공적자금이 쓰이는 과정에서 나타난 도덕적 해이 등 문제점은 언급하지 않고 있다. 신용카드 사용이 크게 늘면서 신용사회가 정착됐다고 이 책자는 평가했다. 신용불량자가 올 3분기에만 20만명 늘면서 2백45만명에 달하는 등 어두운 이면은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의 준조세에 대해 책자는 "11개 부담금을 폐지하는 등 연 3천2백70억원의 절감 효과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각종 부담금은 1998년 92개, 3조8천억원에서 지난해 1백1개, 6조4천억원으로 늘었다. 공공부문 개혁에 대해 책자는 "조직과 인력을 정비해 거품과 비효율을 제거했다"고 말했지만 정부 조직은 1998년 17부·2처·16청에서 지난해 18부·4처·16청으로 되레 확대됐다.

책자는 또 "중소·벤처기업이 크게 늘면서 지식정보 강국의 기틀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벤처 관련 비리가 속속 드러나고 있고, 지난 3분기 코스닥 등록 2백44개 벤처 중 절반이 적자를 낼 정도로 고전하면서 경제와 증시에 큰 부담을 주고 있는 게 현실이다.

고현곤 기자 hkko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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