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꿈꾸는 장기복역수들의 代母 강신영씨 광주서 전시회 열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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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작품마다 어둠 속에서 빛을 따라 나오려는 몸짓이 느껴지지 않습니까."

경북 청송교도소 수감자들의 작품을 모아 광주시 예술의 거리 무등예술관에서 '白夜(백야)'라는 이름으로 전시회(14~20일)를 열고 있는 강신영(姜信英·54·서울 강남구 신사동·(右))씨.

그는 청송교도소의 장기 복역수 일곱 명의 작품과 자신의 호랑이 소묘 두 점 등 사십여점을 선보였다. 작품은 모두 연필과 볼펜을 사용한 스케치다.

姜씨는 이런 전시회를 지난달 서울에서 처음 열었다. 내년 1월엔 미국 뉴욕에서 열 예정이다. 그는 이화여고와 경희대 의대를 졸업한 뒤 산부인과 의원을 운영하다 1992년 캐나다로 이민했다. 혼자 공부해 쌓은 실력으로 스케치한 호랑이 그림이 97년 미국 잡지에 소개되고, 이를 보고 연락한 미국인 사형수의 그림 공부를 후원하면서 姜씨는 재소자들에게 관심을 가졌다.

98년 영구 귀국해 서울 영등포 요셉의원에서 진료봉사 활동을 하다 2000년 장기수들의 미술 길잡이를 자임하고 나섰다. 그는 전국 교도소를 찾아다니며 그림을 가르쳤지만 영치금만 챙기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그래서 열성적인 사람들에게 정성을 쏟기로 하고 지난해 2월 청송교도소에 미술반을 만들었다. 그리고 매주 목·금요일 서너시간씩 스케치만 계속 연습시켜 왔다. 서울에 있을 땐 미술 재료와 관련 서적을 장만했다.

청송교도소 미술반원 12명은 ▶그림 그린다고 떠벌리지 않기▶외부 여자들과 쓸데없는 편지 안 나누기 등 여덟가지 수칙을 지키면서 姜씨를 따르고 있다. 姜씨는 "청송에 아들 열둘, 캐나다에 (친)아들·딸이 있다"며 "그림에서 새 삶을 찾아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을 사랑으로 봐 달라"고 당부했다.

광주=이해석 기자, 사진=양광삼 기자

lhs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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