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감나는 한반도 온난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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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대구 20도 넘는 여름 날씨 100년간 20일 늘고
국내 없는 열대조류 슴새, 제주 해안까지 올라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지난달 14일 올 상반기 지구 표면의 평균기온이 관측 사상 가장 높았다고 발표했다. 1951~80년 평균값보다 0.71도가 높았다는 것이다. 세계기상기구(WMO) 관계자들은 “폭염·홍수·가뭄·산불 등 올여름의 극단적인 지구촌 기상 현상이 지구온난화와 관련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인류가 석탄·석유를 태우는 과정에서 내뿜은 온실가스 때문에 발생하는 지구온난화는 한반도의 기후와 생태계에서도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12일 국립기상연구소에 따르면 대구 지역의 2000년대(2000~2009년) 연평균 기온은 12.8도로 1910년대(1910~19년)보다 2.1도 상승했다.

1912~2008년 사이 약 100년 동안 한반도 전체의 평균기온이 1.7도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대구의 기온변화가 훨씬 빠르게 진행된 것으로 분석됐다. 비슷한 기간(1919~2005년) 지구의 기온 상승은 0.74도다. 한반도의 온난화 속도가 지구 전체의 두 배, 대구는 세 배에 가까운 수준인 셈이다.

이에 따라 대구 지역의 여름(하루 평균기온 20도 이상인 날)은 1910년대 연간 115일이었으나 2000년대에는 연간 135일로 20일이나 늘어났다. 반대로 겨울(하루 평균기온 5도 이하인 날)은 108일에서 78일로 30일이나 줄었다.

기상연구소 조천호 기후연구과장은 “도시화로 인한 영향과 공기 흐름이 느린 분지라는 지형적 특성에도 일부 원인이 있지만 대구 지역의 기온 상승은 지구온난화 추세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 마라도 인근 바다에서 발견된 쇠부리슴새.

지구가 더워지면서 새들도 보금자리를 옮기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지난달 28일 제주도 조천읍에서 검은슴새 한 마리를 최초로 관찰했다. 검은슴새는 태평양·대서양·인도양·동중국해 등 열대·아열대 해역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한 번도 관찰되거나 기록된 적이 없는 미기록종이다.

생물자원관 한상훈 척추동물연구과장은 “검은슴새 등이 그 분포지역을 제주까지 확장한 것은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6월에도 생물자원관 연구팀은 제주 마라도 인근 해양에서 500여 마리의 쇠부리슴새 집단을 확인했다. 지난해 6월에도 마라도에서는 푸른날개팔색조가 국내 처음으로 발견됐다. 이 역시 아열대와 열대 산림에 서식하는 종이다. 올 초에는 여름철새인 해오라기 300여 마리가 경남 통영시 동달면 갈대밭에서 겨울을 나는 모습이 관찰되기도 했다.

기상연구소에 따르면 제주도의 경우는 2000년대의 기온이 1924∼33년에 비해 1.6도 상승했고, 1924~33년 연평균 36일이던 겨울이 2000년 이후에는 완전히 사라졌다. 가파른 기온 상승이 계절과 생태계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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