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종 車 타봤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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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7면

고진 모터임포트 테크니컬팀 권영주(28·사진) 트레이너는 1천4백여종의 차를 시승한 '자동차 매니어'다.

1996년 포르셰 911을 몰고 최고 시속 2백80㎞를 달려 당시 업계에선 그를 '총알 탄 사나이'라 불렀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미니카를 가지고 놀았고, 초등학교 땐 무선 자동차를 조종하며 자랐다.

처음 차를 몬 것은 놀랍게도 중학교 2학년 때. 그는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차를 주차해보라고 아버지가 자동차 열쇠를 주셨다"며 "몇번 주차하다 보니 차를 직접 몰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후 權트레이너는 부모 몰래 승용차를 몰며 '레이서'의 꿈을 키웠다.

고교 2학년 때 자동차 전문 잡지에 시승기를 올리면서 자신을 알리기 시작했다. 처음 올린 글은 '현대 스텔라 시승기'. 해박한 자동차 지식 덕분에 아무도 그가 고등학생이란 사실을 알지 못했다. 대학 전공도 기계공학을 택해 자동차와 부속품에 대한 지식의 폭을 넓혀 나갔다.

그는 95년 자동차 전문 잡지에서 객원 기자로 일했다. 이때부터 외국의 명차들이 속속 수입되자 '물 만난 고기'처럼 시승의 기회를 늘려갔다. 시승 외국차의 기름값을 대느라 제대로 된 옷 한벌 사보지 못했다.

2000년엔 전문레이서 육성기관인 캐나다 SCCBC에서 연수 받으며 선진 운전 기술을 배웠다. 지난달 오스트리아 아우디 운전 학교에선 뛰어난 운전기술을 보여 아우디 관계자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기도 했다.

그는 현재 영업사원들에게 자동차 전문 지식을 교육하는 트레이너 업무를 맡고 있다.

자신의 홈페이지(www.freechal.com/testdrive)에 꼬박꼬박 시승기를 올리는 權트레이너는 "자동차는 수천개에 달하는 부속품들의 단순한 조립품이 아니다"고 말했다. 아끼는 애인처럼 승용차를 다룬다면 자가용도 반드시 주인에게 성능으로 보답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강병철 기자

bong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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