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수능때문에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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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하락세를 이어가던 서울 아파트값이 6주 만에 오름세로 바뀌었다. 당초 예상보다 어려운 수능 뒤 강남권에서 상승세를 주도하는 등 지난해와 비슷한 양상이어서 향후 집값 변동과 관련해 관심을 끌고 있다.

17일 중앙일보조인스랜드와 부동산시세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지난 주(11∼16일)서울지역 아파트 매매값이 평균 0.17% 올랐다.

지난달 중순부터 떨어지기 시작하다 이달 들어 하락폭이 줄면서 상승세로 돌아선 것이다.

2주 전까지 매주 0.2% 이상 떨어진 강남구에서 가장 큰 폭인 0.41% 올랐다.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5백만∼1천만원, 개포동 주공 1, 3단지는 최고 1천5백만원 올랐다. 0.37% 오른 서초구에서도 반포 주공 2,3단지가 1천만∼2천만원 상승했다.

이들 지역은 유명 학원들이 몰려 있고 학군이 좋아 지난해처럼 나은 교육환경으로 옮기려는 수요로 인해 가격이 오르지 않았나 하는 추측이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수능효과라기보다 이들 지역의 재건축 시장에 청신호가 잇따라 들어온 데 다른 것으로 보고 있다. 텐커뮤니티 정요한 사장은 "한동안 약세를 보이던 재건축 추진 아파트들의 급매물이 소화되면서 가격이 일시적으로 오른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유니에셋 오석건 전무도 "수능 이후 매수 문의가 늘어나는 경향이 올해도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지난해만 못하다"고 말했다. 평균 66점 떨어진 지난해와 비교해 성적 하락 충격이 덜한 데다 아파트값이 그동안 크게 올라 옮기기가 쉽지 않다.

시기적으로도 수능 효과가 아직 시장에 반영되기엔 일러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지난해의 경우 수능은 올해와 비슷한 11월 7일 치러졌지만 본격적인 가격 상승은 12월 시작됐다.

전년보다 평균 27.6점 오른 2000년의 경우 수능 효과는 거의 없었고 이사 수요에 따른 가격 상승은 이듬해 1월 초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강남구 대치동 A부동산 관계자는 "학군과 가격을 묻는 문의전화가 간혹 오기는 하지만 저울질할 뿐 적극적이지는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가격이 오른 은마·주공 아파트 등은 모두 재건축 추진 아파트들이다. 재건축 대상 아파트들이 많은 20평 미만에서 가장 높은 0.47% 오른 사실도 이를 뒷받침한다.

서초구 반포동 비손공인중개사무소 이창용 사장은 "재건축기본계획 확정고시를 앞두고 기대심리에서 올랐다.그동안 쌓여있던 급매물도 자취를 감췄다"고 말했다.

강남구 개포동 주공이 오른 것도 조만간 발표될 최종 안전진단 결과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재건축 단지가 많은 강동구가 평균 0.34% 상승한 것은 고덕지구 지구단위계획안이 마련된 데 이어 층고 제한이 풀릴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RE멤버스 고종완 대표는 "불투명했던 재건축 아파트의 추진 윤곽이 드러나면서 급락하던 강남 재건축 단지 가격이 일부 회복됐다"며 "재건축과 관련해 특별한 악재가 없고 저금리현상이 이어지는 한 집값이 당분간 강보합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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