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 반달곰 지리산에 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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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야생 반달가슴곰(천연기념물 329호)이 지리산에 서식하고 있다는 사실이 정부기관에 의해 공식 확인됐다.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관리공단은 17일 "지리산의 야생 반달가슴곰 서식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열(熱)감지 센서를 부착해 설치한 20대의 무인카메라에서 필름을 회수·현상한 결과 지난달 초 해발 1천1백20m 지점의 카메라에 곰이 촬영됐다"고 밝혔다.

야생 반달가슴곰은 2000년 11월에도 진주MBC 카메라에 촬영됐었다. 이번에 촬영된 반달가슴곰은 무게가 1백∼1백20㎏에 달하는 6∼7년생의 수컷으로 추정되며 샘물을 먹으러 내려왔다가 카메라에 포착된 것으로 보인다.

공단의 한상훈(韓尙勳) 반달가슴곰 관리팀장은 "주변 곰사육 농가에 대한 조사와 일본 등 국내외 전문가의 검증을 통해 야생 곰으로 최종 확인됐다"며 "넓은 이마와 둥근 얼굴, 사자처럼 옆으로 삐쳐 나온 목의 갈기 등이 대륙계 곰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韓팀장은 "곰이 촬영된 주변지역에서 나온 털·배설물·나무상처 등의 흔적을 분석한 결과 세마리 정도가 함께 생활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지리산 전체로는 기존에 알려진 다섯마리보다 더 많이 서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환경부와 공단은 야생 반달가슴곰의 안정된 서식지 확보를 위해 출입통제와 밀렵감시를 강화키로 했다. 또 근친교배에 의한 자연도태를 예방하기 위해 사육곰의 방사(放飼) 등과 같은 종 복원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9월 지리산에 방사한 네마리의 새끼 반달가슴곰 가운데 암컷 두 마리는 적응실패로 회수되거나 행방불명됐으며 반돌·장군 등 수컷 두마리는 전파 발신기를 부착한 상태에서 두번째 겨울을 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강찬수 기자 envirep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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