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맞대응 가능성 적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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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중유 공급 중단은 당장 북한의 전력 수급과 기간 산업 시설 가동에 파장을 미치게 된다. KEDO로부터 받은 50만t의 중유를 포함해 지난해 북한의 유류 도입량이 67만2천t에 불과했다는 점은 북한 경제에서 대북 지원 유류의 비중을 알게 한다. 원유 도입량 57만9천t을 더해도 절반에 가깝다.

통일부 정보분석국은 대북지원 중유만 써온 함경북도 선봉화력발전소(20만kW)의 경우 가동이 멎는 사태를 맞을 수 있다고 판단한다.

또 지원 중유를 직접 연료로 쓰거나 주연료인 석탄의 착화에 이용하는 북창·평양·동평양·청진·순천·영변 등 화력발전소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북한의 발전량이 2백1억5천만㎾h인 점으로 미뤄볼 때 10% 가량이 줄어든다는 분석이다.

이럴 경우 7월 경제관리개선 조치와 신의주 특구 구상 발표로 경제회생에 탄력을 붙이려 했던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구상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달러·식량과 함께 이른바 3난(難)으로 불리는 에너지난이 심화될 수 있다.

북한이 중유 공급 중단 조치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점치기 어렵다.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의 파기를 위협해온 북한이 중유 중단을 계기로 이를 공식화 할 수 있다. 영변 원자로의 재가동 등 구체적인 위협 행위에 들어가는 벼랑끝 전술로 2003년 핵위기설을 현실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6·15공동선언과 북·일 정상회담 등 적극적 태도를 내비치면서 미국 등 국제사회와의 관계 개선을 모색해온 북한이 이를 행동에 옮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견해다.

오히려 핵 포기 선언 등을 수용함으로써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개혁·개방 행보에 대한 인준을 받는 쪽을 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영종 기자

yj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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