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구 : 터줏대감 빈자리 서울업체 차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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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정부의 규제에 눌려 숨 죽인 서울·수도권과 달리 지방 부동산 시장에 생기가 돈다. 신규 물량이 쏟아지고 지방특성을 살린 활로 모색이 한창이다. 수도권에만 관심을 쏟았던 건설업체도 지방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침체와 그늘에서 벗어나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는 지역 부동산 현장을 찾아 간다.

편집자

'롯데캐슬'(롯데건설),'드림월드'(대우건설),'e편한세상'(대림산업),'월드메르디앙'(월드건설)….

대구지역 주민들도 낯설지 않은 아파트 브랜드다. IMF 외환위기로 청구·우방·보성 등 지역의 대표적인 주택업체들이 쓰러진 뒤 침체에 빠졌던 대구 부동산 시장이 서울 업체들의 진출에 힘 입어 되살아나고 있다.

터줏대감들이 버티고 있어 엄두를 내지 못하던 서울 업체들이 이제 '무주공산'을 차지하기 위해 몰려든다.

이 때문에 IMF 이후 연도별로 가장 많은 1만4천여가구의 아파트가 올해 분양됐다. 수성구 센츄리21천마공인중개사무소 권오인 사장은 "청구·우방·보성 등 지역 '빅3'가 쓰러진 후 지역 군소업체들의 경쟁장이던 대구 부동산 시장에 '브랜드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무주공산 차지 경쟁 치열=서울업체들의 진출은 지난해부터 본격화됐다. 롯데건설이 선두주자로 꼽힌다. 롯데는 지난해 6월 달서구 용산동에 롯데캐슬그랜드 1천6백여가구를 분양한 데 이어 올들어 지난 5, 6월 도원동과 침산동에 각각 9백여가구와 4백30여가구를 내놓았다. 롯데건설 전병일 부장은 "청구와 우방의 기세에 밀려 넘보기 어려웠지만 이젠 틈이 생긴 데다 그동안 공급 부족으로 수요가 충분해 개척에 나섰다"고 말했다.

대우건설은 주상복합아파트로 교두보를 마련했다. 지난 5월 북구 침산동에 34∼61평형 1천1백여가구를 선보였고 올해 안에 아파트·주상복합 등 9백80가구를 더 내놓을 예정이다. 대림산업도 지난 5월 수성구 수성4가에 e편한세상 6백60여가구를 분양했다.

이들 3개 업체가 분양한 물량은 올해 대구에 분양된 1만4천여가구의 30% 정도에 이른다.

코오롱건설·월드건설도 끼어 들었다. 코오롱은 북구 침산동 옛 제일모직 부지에 내년 4월께 2천가구 정도를 분양할 계획이다. 월드건설은 올 초 지역 업체를 인수해 월드산업개발을 만들고 내년 3월께 북구 동서변택지지구에 9백여가구 분양을 준비 중이다.

◇교두보는 확보,택지난이 과제=롯데·대우·대림 등은 대부분 1, 2순위에서 청약을 마감했다. 계약률도 90% 이상이다. 지역 분양대행사인 ㈜에코 전형길 부장은 "부동산 경기 상승 영향도 있지만 대형 업체의 제품에 대한 기대감과 브랜드 이미지가 작용해 대구에서는 드물게 순위 내에서 분양이 끝났다"고 말했다.

롯데건설 대구분양사무소 심철영 소장은 "외지업체에 대한 주민들의 거부감을 걱정했는데 반응이 좋아 일단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업체들은 사업 확장을 계획하고 있지만 분양 성공률이 높은 도심의 땅이 바닥나 애를 먹고 있다. 대구시는 북구지역의 공장을 옮기고 택지로 개발할 계획이었으나 대구 인근에 추진하던 위천공단 건설을 포기하는 바람에 옮길 땅이 없어진 것이다.

대우건설 대구분양사업소 엄태찬 소장은 "소규모 단지라도 계속 공급하기 위해 도심에서 변두리로 이전하는 중·고교 부지를 확보하고, 재건축 사업을 수주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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