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슬 뜨는 레저용 부동산 '황금알'로 알았다간 큰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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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주5일 근무제가 부동산 시장에 큰 호재로 작용하는 모양이다. 외환위기의 삭풍이 휘몰아칠 때 부도의 벼랑끝에 섰던 전원주택 전문업체들이 하나 둘씩 살아나 새로운 사업을 벌이느라 분주하고 땅값도 꽤 올라 반 토막도 안된다며 애태우던 투자자들의 얼굴도 무척 환해졌다.

콘도시장 분위기도 고조되는 상황이다. 회원권 값이 올해 초보다 20% 이상 뛰었으며 찾는 고객들도 많아져 객실 가동률이 예년에 비해 10∼20% 가량 높아졌다.

죽을 쑤던 레저 관련 시장이 이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니 참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주5일 근무제가 본격화하면 놀러다니는 사람이 많아져 관련상품의 인기는 더욱 높아질 것이란 기대 또한 크다.

레저인구가 대폭 늘어날 경우 경치 좋은 곳이나 관광지 주변의 숙박수요도 덩달아 급증하면서 미니 콘도라 할 수 있는 펜션 건축 붐이 한바탕 불지 않을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지금도 관광객이 몰릴 만한 곳에는 펜션·민박집이 앞다퉈 들어서 산간 벽지에 때아닌 건축호황을 맞고 있으니 헛말은 아닐 성 싶다.

분위기가 이렇게 돌아가자 전원주택을 지을 수 있는 땅이나 펜션·콘도 등에 투자하라는 부동산 분양업자들의 전화공세가 극성이다. 일부에서는 연 수익률 20% 이상을 보장하겠다는 펜션 상품 등이 소개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사실 개발 전망이 밝은 지방이나 수도권 인기지역은 물건이 없어 못팔 정도란다.

그런데 이런 수익성 높은 상품이 어떻게 공개적으로 나올 수 있을까.

돈벌이가 확실한 상품이야 주변 사람들을 통해 알음알음으로 팔아도 얼마든지 소화할 수 있는데도 굳이 전화부대까지 동원하느냐 말이다.

바꿔 생각하면 이들이 제시하는 수익률은 실제와 많은 차이가 날 수 있다는 말도 된다. 물론 확정 수익률 보장 조건으로 투자자를 모으는 경우도 없지 않지만 대부분이 제대로 검정되지 않은 내용이어서 투자성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주5일 근무제로 레저인구가 늘어난다고 해서 이와 관련된 부동산이 다 황금알을 낳을 수는 없다. 이용객이 증가하면 관련 상품도 많이 나오게 돼 공급과잉으로 예상했던 수익을 제대로 못낼 수도 있다. 더욱이 레저 관련 부동산은 환금성이 떨어져 투자금이 장기간 묶일 가능성이 크다. 수십억원어치의 부동산이 있다 한들 팔리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레저 관련 부동산은 이용 목적으로 구입해야지 돈벌려고 했다간 망하기 딱 알맞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토지에 투자하고 싶으면 차라리 대규모 택지개발 예정지 주변이나 공단·학교 등이 들어설 만한 곳에 한발 앞서 투자하는 게 환금성 차원에서 더 유리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요즘 부동산의 투자패턴이 장기보다 단기에 현금화하려는 쪽으로 바뀌고 있어 환금성이나 월 단위의 안정적인 수익을 더 중요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y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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