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연극 ‘클로져’] 연극무대 선 문근영 2%가 부족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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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문근영의 스트립댄서 연기로 화제가 된 ‘클로져’. 왼쪽은 ‘댄’을 연기한 엄기준이다. [악어컴퍼니 제공]

봉춤을 추지 않은 건 조금 아쉬웠지만 그래도 문근영의 변신은 놀라웠다. 비키니 차림의 아슬아슬한 옷차림이며 엉덩이를 슬쩍슬쩍 움직이는 골반춤은 야했다. 담배 연기도 제법 고혹적이었다. 정말 국민 여동생 맞나?

톱스타 문근영의 파격적인 변신으로 화제를 모은 연극 ‘클로져’가 10일 개막했다. 그가 맡은 배역은 스트립댄서 앨리스. 2004년 개봉한 영화에선 ‘레옹’의 아역스타 나탈리 포트먼이 소화했던 배역이다. 포트먼은 이 영화로 골든글로브을 수상하며 연기파 배우로도 우뚝 섰다.

어쩌면 문근영의 이번 연극 도전은 포트먼이 걸어왔던 길과 비슷한 과정일지도 모른다. 전 국민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던 꼬마 숙녀가 성인 배우로 변하면서, 연기력 역시 차곡차곡 쌓여가는 모습 말이다. 그렇다면 문근영의 연극 데뷔는 성공?

이 부분이 애매했다. 분명 우리의 ‘국민 여동생’은 사랑스러웠고, 열심히 연기했다. 발음은 또박또박 들렸고, 눈빛은 살아 있었다. 못 했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역시 문근영!”이란 소리까진 나오지 않았다. TV에서 보던, 영화에서 보던 그 ‘미친 존재감’은 없었다.

이런 추론은 가능할 게다. 아직 무대가 익숙하지 않다라는 점 말이다. 영상은 끊어서 작업한다. 순간 집중력과 몰입도가 가장 중요하다. 반면 연극은 ‘쭈~욱’ 간다. 자신을 온전히 내 보인 채 긴 호흡으로 에너지를 분산시킬 줄 알아야 한다. 영상 매체에서만 연기했던 문근영으로선 이런 수축과 이완이 낯설 수 밖에 없을 터.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해 보였다.

문근영의 출연 여부를 떠나 작품은 그 자체로 흥미롭다. 무엇보다 의사 래리(최광일·배성우)는 남성의 저열한 속내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인물이다. 왜 그가 창녀와 자 놓고선 그 비밀을 아내에게 털어놓는지, 아내가 바람난 장소에 왜 그토록 집착하는지, 이혼한 아내와 왜 또 자고 싶어 안달을 하는지 등등. 그의 행동만을 모아 놓으면 이른바 적나라한 ‘남성 탐구생활’이라 할 만하다. 꼭 연극이 아니라도 좋다. 두고두고 곱씹을만한 콘텐트다.

최민우 기자

▶연극 ‘클로져’=10월 10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 3만∼6만원. 02-764-87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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