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근영의 스트립댄서 연기로 화제가 된 ‘클로져’. 왼쪽은 ‘댄’을 연기한 엄기준이다. [악어컴퍼니 제공]
톱스타 문근영의 파격적인 변신으로 화제를 모은 연극 ‘클로져’가 10일 개막했다. 그가 맡은 배역은 스트립댄서 앨리스. 2004년 개봉한 영화에선 ‘레옹’의 아역스타 나탈리 포트먼이 소화했던 배역이다. 포트먼은 이 영화로 골든글로브을 수상하며 연기파 배우로도 우뚝 섰다.
어쩌면 문근영의 이번 연극 도전은 포트먼이 걸어왔던 길과 비슷한 과정일지도 모른다. 전 국민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던 꼬마 숙녀가 성인 배우로 변하면서, 연기력 역시 차곡차곡 쌓여가는 모습 말이다. 그렇다면 문근영의 연극 데뷔는 성공?
이 부분이 애매했다. 분명 우리의 ‘국민 여동생’은 사랑스러웠고, 열심히 연기했다. 발음은 또박또박 들렸고, 눈빛은 살아 있었다. 못 했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역시 문근영!”이란 소리까진 나오지 않았다. TV에서 보던, 영화에서 보던 그 ‘미친 존재감’은 없었다.
이런 추론은 가능할 게다. 아직 무대가 익숙하지 않다라는 점 말이다. 영상은 끊어서 작업한다. 순간 집중력과 몰입도가 가장 중요하다. 반면 연극은 ‘쭈~욱’ 간다. 자신을 온전히 내 보인 채 긴 호흡으로 에너지를 분산시킬 줄 알아야 한다. 영상 매체에서만 연기했던 문근영으로선 이런 수축과 이완이 낯설 수 밖에 없을 터.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해 보였다.
문근영의 출연 여부를 떠나 작품은 그 자체로 흥미롭다. 무엇보다 의사 래리(최광일·배성우)는 남성의 저열한 속내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인물이다. 왜 그가 창녀와 자 놓고선 그 비밀을 아내에게 털어놓는지, 아내가 바람난 장소에 왜 그토록 집착하는지, 이혼한 아내와 왜 또 자고 싶어 안달을 하는지 등등. 그의 행동만을 모아 놓으면 이른바 적나라한 ‘남성 탐구생활’이라 할 만하다. 꼭 연극이 아니라도 좋다. 두고두고 곱씹을만한 콘텐트다.
최민우 기자
▶연극 ‘클로져’=10월 10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 3만∼6만원. 02-764-87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