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한국사람 원망 안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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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한국인 환전상이 몽골인 근로자 4백여명의 임금을 가로채 도주한 사건과 관련, 한 교회의 신도들이 성금을 거둬 돈을 대신 물어주기로 했다.

경기도 구리시의 두레교회(담임목사 김진홍) 신도들은 안타까운 처지에 놓인 몽골 근로자들에 관한 보도(본지 10월 11일자 29면)를 보고 이들을 돕기로 했다. 몽골 근로자들이 내년 3월 귀국을 앞두고 피땀 흘려 번 돈을 잃고 한국을 원망하며 돌아가게 된 것을 한국인으로서 부끄러워하며 모금 운동을 벌인 것이다.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독지가(71)가 1억원을 쾌척하고 나머지 부족한 돈은 신도들이 조금씩 내놓으면서 몽골 근로자들이 떼인 1억5천여만원 전액을 물어 줄 수 있게 됐다.

이 교회 최현자(49)목사는 "거액의 빚을 지고 한국에 온 이들이 대부분 4개월여 후 한국을 떠나야 하는 딱한 처지여서 인도적인 차원에서 모금 운동을 벌였다"고 말했다. 교회측은 다음주 초 모금한 돈을 몽골 근로자들에게 전달한다. 몽골대사관은 13일 교회 관계자들을 대사관으로 초청, 감사의 뜻을 전할 예정이다.

몽골 근로자인 요단체르마(34·여)는 "컨테이너 박스에서 먹고 자면서 번 돈을 몽땅 날릴 뻔했는데, 이렇게 돈을 모아주니 감사할 뿐"이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몽골 근로자들은 추석연휴 직후인 지난 9월 달러 환전을 위해 1억5천여만원을 환전상 崔모(36·수배)씨에게 맡겼다가 崔씨가 달아나면서 돈을 날렸다.

윤창희 기자

thepl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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