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야구名家' 새전통 열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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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우승을 하면 도대체 어떤 기분일까 궁금했다. 심장이 덜컥 멎지나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도 했다. 그러나 축하행사의 감흥이 가라앉고 나니 벌써부터 내년에는 또 어떻게 구단을 꾸려가야 할지 걱정이 앞선다."

첫 한국시리즈 우승의 감격이 지나간 후 삼성의 김재하 단장은 새로운 고민에 빠졌다. 20년 숙원을 푼 만큼 이제부터는 '최강 삼성'의 명성을 이어가기 위한 마스터 플랜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 팀의 구단 프런트가 느끼는 감동은 단지 15분 간에 불과하다는 말이 있다. 김단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삼성의 전성시대 열릴까

삼성의 '포스트 챔피언 시대'의 목표는 명실상부한 명문 구단으로 발돋움하는 것이다. 올해 우승이 매년 1백억원 이상을 투자하는 '돈 많은 부자구단'에서 챔피언의 전통을 지닌 '진정한 강팀'으로 변모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얘기다.

과거 편법을 동원하면서까지 우수 선수의 확보에 주력해 다른 구단의 견제와 질시를 받았던 삼성은 그동안 운신의 폭을 크게 제한했던 우승 징크스에서 벗어남으로써 구단 운영도 한결 여유를 띠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응룡 삼성 감독이 10일 우승 직후 "그동안 삼성의 우승 부담감은 감독인 나를 비롯, 선수단 모두에게 굉장한 스트레스였다. 이제는 무거운 짐을 벗었으니 모든 것이 잘 풀릴 것"이라며 웃음지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에 따라 삼성이 1980년대 중반 한국시리즈를 4연패(86∼89년)했던 해태처럼 화려한 전성기를 맞을 것이라는 다소 들뜬 기대감도 표출되고 있다.

삼성이 돔구장·전용구장 건립 등 한국 프로야구를 한 단계 끌어올릴 하드웨어적인 발전에 앞장설 것도 기대된다.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대구시 측에서 새 구장 설립과 관련한 협조 요청이 들어오면 예산지원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떠나는 자와 남는 자

우승 멤버 가운데 비중있는 몇몇 선수의 이동이 예상된다.

팀의 간판이자 공격력과 투수력의 핵인 이승엽과 임창용은 메이저리그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 다만 이승엽은 어머니가 뇌종양으로 투병 중이어서 내년 시즌 이후로 해외 진출을 늦출 가능성이 있다.

이승엽은 "에이전트에서 미국 진출의 매우 좋은 기회라고 연락해오고 있으나 어머니의 상태가 안좋아 떠나기가 힘들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올해로 여덟시즌을 소화한 이승엽은 내년 시즌을 마치게 되면 완전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게 돼 구단의 동의 없이도 자유롭게 해외에 진출할 수 있다.

현재 구단에서는 두 선수를 잡아놓고 싶어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들의 요구 수준을 만족시킬 수 있는 '당근'을 제공해야 한다. '투자=우승'이라는 등식을 이룬 삼성에 또 한번 베팅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표재용·김종문 기자

jm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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