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몬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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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등 많은 인재를 배출한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로즈 장학금'은 남아프리카의 영국 식민지 케이프 총독을 지낸 세실 존 로즈(1853∼1902)의 유산으로 설립됐다. 그 로즈가 1887년 창업한 기업이 현재 약 80억달러 규모인 전세계 다이아몬드 원석시장의 65%를 장악하고 있는 드비어스사다.

드비어스와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A Diamond Is Forever)'는 캐치프레이즈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이 명카피가 탄생한 것은 1947년 4월 프랜시스 게레티라는 여성 카피라이터에 의해서였다. 아이디어를 짜내려고 고심하다가 "하느님 제발 제게 문장을 주세요"라는 기도까지 하고 나서 다음날 완성했다고 한다.

드비어스는 이 엄숙해 보이기까지 하는 캐치프레이즈를 사랑과 결합시켜 다이아 반지가 약혼·결혼 예물로 무수히 팔려나가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다이아몬드에 비하면 사람이나 그들이 나누는 사랑의 수명은 턱없이 짧은데도 불구하고 다들 '착각'을 구입했다. '영원한 사랑'이므로 일단 팔린 것은 좀체 시장에 다시 나오지 않았다. 덕분에 수요도 지속적이었다. "두달치 월급은 다이아몬드 약혼반지를 위해 너무 많은가요?""당신은 두달치 월급을 어떻게 영원하게 만드십니까?"같은 교묘한 소비 캠페인이 드비어스의 돈벌이를 도왔다.

그러나 청춘남녀가 다이아 반지를 주고받는 감동적인 그림의 배경에는 아프리카 분쟁지역 주민들의 피가 서려 있었다. 앙골라·콩고·시에라리온의 내전은 사실상 다이아몬드를 차지하기 위한 분쟁이다. 인권단체들은 앙골라 반군인 완전독립민족동맹(UNITA)이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다이아몬드 불법거래로 번 돈이 4조8천억원이고, 같은 기간에 2만6천여명이 이 돈으로 산 무기 때문에 숨졌다고 주장한다. 드비어스도 이런 '피묻은 다이아몬드'를 구입했다가 국제적인 비난을 받았다.

다이아몬드 생산·수입국들이 지난 5일 스위스에서 내년 1월 1일부터 엄격한 다이아몬드 거래 인증제를 실시하기로 합의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피묻은 다이아몬드뿐일까. 월드컵 공인 축구공 '피버노바'를 만드는 인도·파키스탄 어린이들은 일당 3백원에 하루 12시간씩 일한다는 보도도 있었다. 투명하고 깔끔한 다이아몬드를 왠지 다시 쳐다보게 된다.

노재현 국제부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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