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아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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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우리 나라 새는 급하다

가까운 거리도 날아다닌다

독일의 지빠귀들은 가까운 거리는

걸어다닌다

그래서 아내는 독일이 싫다고 한다

-박찬일(1956∼) '독일의 우울' 전문

까만 깃털에 노란 부리를 가진 독일 지빠귀 새는 예쁘지 않지만 아름다운 목청을 자랑한다. 사람이 가까이 가도 자리만 요리조리 옮겨 앉으며 노래 부르다 길가의 숲으로 호르륵 몸을 숨긴다. 별로 겉 멋을 내지 않고 웬만한 거리는 걸어다니는 독일인들을 지빠귀에 비유한 솜씨가 재미있다. 자동차길이 대개 일방통행으로 돼 있는 독일의 오래된 도시 구시가지에서 자꾸 택시를 타려는 외국인들도 있다. 뾰족구두를 신고 중세도시의 포석도로를 걷는 여자 관광객들도 보기에 안타깝다.

김광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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