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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일자리 더 많이 만들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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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글로벌 경기침체 이후 나라마다 발등의 불로 떨어진 고용 창출과 청년 실업 문제에 ICT가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억지로 시켜도 배우려 들지 않을 것이다. ICT를 도입하면 노동생산성을 높여 고용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길게 보면 제품과 서비스 가격을 떨어뜨려 이에 대한 수요를 늘리고 새로운 기술·제품·서비스를 창출해 고용을 늘리게 마련이다. 이는 이론일 뿐만 아니라 엄연한 현실이기도 하다. 1990년대 미국 클린턴 정부 때 제창된 ‘정보고속도로 (Information superhighway)’ 구상은 당시의 대선 공약인 경기회복과 만성적자 타개를 위해 인터넷을 기반으로 경제 재건을 하자는 것이었다. 오바마 정부도 광대역통신망과 헬스 정보기술(IT), 스마트 전력망(Smart Grid) 세 분야에 총 300억 달러(약 35조원)를 투자해 95만 개 일자리를 만드는 ‘디지털 뉴딜정책’을 내세운 바 있다. 일본 역시 3년간 3조 엔(약 41조원)을 투자해 40여만 개 일자리를 만드는 ‘IT 신전략’을 지난해 확정했다.

우리나라 역시 고용률을 경제정책의 핵심 지표로 삼았지만 고학력 사회의 특성상 단순히 실물경제의 성장잠재력을 키우는 것만으로는 고용률을 높이기 힘들다. 고학력자의 눈높이에 맞는 ‘괜찮은’ 일자리를 만들려면 ICT의 도움이 절실하다. 이는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하다고 하면서도 현장에서 쓸 만한 전문인력이 없다고 아우성인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애플의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부러워하다가 결국 ‘우리가 그런 혁신적 기업이 없는 건 사람 문제다. 인력양성을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곤 한다. 하지만 전문인력이 클 만한 좋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면, 이를 먼저 만드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ICT를 활용한 기존 서비스 산업의 질적 변신과 인터넷 기반의 새로운 ICT 산업 창출, 그리고 일반 산업과 ICT의 융합을 통해 성장잠재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 대부분이 공공사업이나 기업집단 계열사 간 내부거래에 안주하는 바람에 국제경쟁력을 키우지 못했다면 청년실업 해소에 기여하기 위해서라도 해외시장으로 뛰쳐나가야 한다. 또 의료산업에 원격진료를 도입할 경우 2014년까지 3만9000명의 고용창출이 가능하다는 예측이 나왔다면, 게다가 IT 강국이 아닌 나라에서도 원격 의료서비스를 버젓이 하기 시작했다면, 우리처럼 시범사업만 하고 있을 때는 아니다.

소프트웨어 강국인 이스라엘의 ‘엘리트 군대교육 프로그램’은 인상적이다. 대학과 연계해 뛰어난 인재를 뽑아서 장학금을 주고 IT 교육을 시킨 뒤 이들이 해당 병과에서 장기간 군 복무를 하게 한다. 엘리트 교육을 받은 이들은 제대 후에도 계속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해 이스라엘 IT 산업의 리더가 된다. 이들이 세우거나 주도하는 벤처업체는 세계 일류기업이 겨루는 미국 나스닥 시장에 다수 상장된다. IT 인재를 키우고, 고급 일자리를 만드는 데 혈안이 돼 있는 다른 나라 사례들을 눈여겨볼 때다.

방석호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 bang5555@kis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