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학생에 한국어 가르치는 '파란 눈' 국어 교수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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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우리나라 대학생들을 상대로 한국어 교수법을 가르치는 벽안(碧眼)의 외국인 교수가 탄생했다.

서울대 국어교육과에 임기 1년의 초빙교수로 최근 부임한 미국인 크레이그 메릴(43·사진) 교수가 주인공.

서울대가 외국인 교수를 채용한 적은 많지만 '우리말'을 가르치는 국어교육과에 외국인 교수가 채용된 건 처음이다.

메릴 교수는 5일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배울 때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를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 학생들에게도 내 강의가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실력 있는 한국어 교사를 많이 길러내는 게 한국을 외국에 알리는 첩경"이라고 말했다.

'첩경'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데서 보듯이 메릴 교수는 한자로 된 4자성어까지 구사할 정도로 한국어에 유창하다.

메릴 교수는 미 UCLA에서 동양학을 전공한 뒤, 1978년 선교사 신분으로 한국 땅을 밟은 것을 계기로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2년간 한국에 머물며 한국어를 배웠고 미국에 돌아가서도 한국어학을 전공했다.

87년엔 다시 한국에 돌아와 1년간 영어교재회사에서 근무했으며 이 때 한국인 아내와 결혼까지 했다.

현재 석사과정 학생 27명에게 한국어 교육론을 강의하고 있는 메릴 교수는 다음 학기엔 박사과정 학생들과 학부생에게도 한국어 교육론을 강의할 예정이다.

그는 "70년대엔 미국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대학이 열 곳도 안됐지만 지금은 1백 곳이 넘는다"면서 "한국인 이민자 2세들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미국인과 아시아권 외국인들 사이에서도 한국어를 배우려는 사람이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창희 기자

theplay@joongang. co.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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