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동포 사회에선 '망걸이 씨름' 성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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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씨름은 허리와 오른쪽 다리에 샅바를 매고 이를 붙잡고 한다. 이른바 '왼씨름'이다. 남한은 물론 북한에서도 같은 방법으로 씨름을 한다. 그러나 중국 조선족 사회에서는 한국 씨름과 다른 형태인 '망걸이 씨름'이 성행하고 있다.

망걸이 씨름은 허리 샅바 없이 다리에만 짧은 샅바를 걸치고 하는 씨름의 한 형태다. 왼팔에 상대의 다리 샅바를 걸고 오른손은 그냥 상대의 등에 댄 채 경기를 한다. 허리 샅바가 없어 들기 기술을 걸기가 어렵다. 그래서 주로 잡치기나 다리기술로 승부가 난다.

망걸이 씨름은 평안도 지방에서 주로 행해졌으며, 함경도에서도 경기 방법에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같은 형태의 씨름을 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랴오닝성 조선족씨름협회 이성복 회장은 "중국에서도 헤이룽장성 지역에 가장 널리 퍼져 있으며 옌볜 등 지린 지방에서도 일부 이런 방식의 씨름을 하고 있다. 지난 9월 3일에는 전국대회도 열었다"고 말했다.

민속씨름 전문가인 박승한 영남대 체육과 교수는 "일찍 한반도를 떠난 조선족이 자신들의 민속을 꾸준히 지켜온 결과 이같은 형태의 씨름이 아직도 전해지게 됐다. 한반도에서는 이미 사라진 이 씨름은 민속학 분야에서 사료 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한국의 씨름은 현재의 왼씨름 외에도 왼다리에 다리 샅바를 엮는 '오른씨름', 허리에만 샅바를 매는 '띠씨름', '된샅바씨름' 등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옌볜=왕희수 기자 goman@joongang. co.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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