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檢·警 탈선대책 세워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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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직업군인의 총기강도, 인권보호 기관인 검찰의 피의자 고문치사, 파출소 경관의 시민 오인사살…….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국가안보와 시민의 생명·재산 보호라는 막중한 임무를 띤 군·검·경의 정권 말기 동시다발적 탈선은 사회 불안과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점에서 정부 차원의 종합대책이 시급하다.

경찰관이 강도를 쫓던 시민을 공범으로 알고 총을 쏴 숨지게 한 사건은 한심한 우리 경찰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아 답답하다. 특히 불의를 보고 참지 않는 올바른 시민의식과 정의감을 가진 무고한 시민이 희생당해 더욱 안타깝다. 유가족에게 충분한 보상과 위로가 있어야 할 것이다.

경찰관 총기 오용 사고가 전혀 개선되지 않은 채 반복되고 있으니 문제다. 이번에도 총기사용 수칙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가 등을 돌린 상태였으니 경찰관에게 반항하는 순간도 아니었고 급박한 상황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하반신을 겨냥하지 않고 가슴을 향해 쏘았으니 얼마나 총기사용이 서툴렀는지 알 만하지 않은가. 파출소 근무자의 사격훈련이나 총기사용법 숙지교육이 쉽지 않은 현실이라 하더라도 언제까지 예산타령만 할 것인지 묻고 싶다.

총을 쏜 경찰관이 사고 상황을 거짓으로 진술한 것은 의심을 자초한 격이다. 총기 발사가 범인 검거 과정의 과잉방어였다는 당초 주장마저 믿기 어렵게 됐다. 경찰은 당시 정황을 사실대로 낱낱이 밝히고 시시비비를 가려 잘못이 드러나면 엄중 문책하는 것이 최선이다. 거짓말하다 더 큰 화를 부른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의 교훈을 벌써 잊었는가.

군·검·경은 모두 근무기강이 생명이다. 명예와 사기를 중시하는 국가의 보루로서 말단 구성원의 하찮은 잘못이 시민생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특수조직들이다. 국가 대사인 대선을 앞둔 시점에 국가 공권력의 표류로 시민들이 불안해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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