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취업난 피해 한국오는 한인 1.5~2세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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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 기업에 취업하고 있는 한인 1.5세 2세들의 한국 취업행이 최근 들어 부쩍 늘고 있다. LA출신으로 미국 환경기업에서 근무하다 한국 환경기업에 취업한 알렉산더 박(오른쪽)씨가 해외 바이어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박씨는 지금은 서울대 MBA 진학 예정이다.

미주중앙미국에서 자랐지만 커리어를 위해 한국행을 택하는 1.5세, 2세 한인들이 늘고 있다.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미국 기업을 떠나 새로운 기회를 찾아 한국행을 택하는 한인 1.5세, 2세들이 부쩍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주로 차세대 산업인 친환경 소재나 재생 에너지 등 한국에서 주목하고 있는 분야에 이 같은 이동이 집중되고 있다.

한인 2세인 알렉산더 박씨는 2007년 UC 샌디에이고를 졸업한 뒤 LA에 있는 환경 기업체에서 2년간 일한 뒤 한국의 한 환경기업에서 러브콜을 받고 자리를 옮겼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키는 환경 기업에서 일한 경력이 인정받게 된 것이다.

텍사스 주립대에서 재료공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1.5세 윤희성 씨도 미국의 화학기업에서 3년간의 경력을 쌓은 뒤 한국 대기업으로 자리를 옮겼다. 관련 분야의 핵심 역량을 인정받고 현재 연봉보다 훨씬 좋은 조건과 복지 혜택을 지원받게 됐다.

JC컨설팅의 피터 유 지사장은 "세계적인 경기침체 가운데서 한국을 비롯한 동북아 국가들의 성장세는 지속되고 있다"며 "가장 빠르게 불황을 탈출한 한국에서 차세대 산업의 인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한인 1.5세, 2세들의 한국행도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들 인력에 대한 연봉과 복지 혜택은 상당히 좋은 편으로 글로벌 기업에 준하는 수준이다. 수 년 새 미국이 경기 침체로 신규 고용을 대폭 줄이면서 명문대 유학생들이 미국과 한국에서 '취업 낙방'을 경험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국 대기업들도 핵심 인력을 채용하기 위해 미국 현지 방문을 늘리고 있다.

삼성 LG 등은 1년에 1~2차례 유학생 취업 박람회 등을 통해 반도체 및 휴대폰 분야의 인력을 채용했으나 최근에는 영어가 유창하고 미국 기업 근무 경험이 있는 '글로벌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1.5세, 2세 채용에 주력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인사 관리부서(HR) 임원들이 직접 미국의 학교나 회사 인근을 방문해 현지 인터뷰를 하고 즉석에서 채용 여부를 결정짓는 경우도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 문화에 익숙한 1.5세 2세들이 한국 기업에 취업했을 때 겪는 걸림돌도 만만치 않다. 바로 한국 문화에 대한 부적응 때문이다.

앞서 한국 환경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알렉산더 박씨는 "입사 초기에는 목례 인사에 익숙치 않아 인사 안하는 '외국인 알대리'로 불리기도 했다"며 "한글 기안서 제출 등 문서 작성에도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주변 동료의 도움으로 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S기업에 취업한 윤희성씨는 "초기에는 자기 주장을 중요시 하는 개인주의 문화에서 조직을 중시하는 문화에 적응하는 게 힘들었다"며 "또 성과보다는 서열이 우선되는 경우가 많아 튄다는 얘기를 주위에서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학연과 지연을 중시하는 한국 문화에서 소위 '인맥'의 한계를 느끼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알렉산더 박씨는 2년간 근무하면서 한국내 네트워크의 부족함을 실감했던 만큼 서울대 MBA과정을 진학해 동문 인맥을 쌓을 생각이다. 윤희성씨는 "인맥을 넓히기 위해 각종 사내외 동호회 활동에 주력하고 있으나 한계를 느낄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미주 중앙일보 최상태 기자 stchoi@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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