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 통해 단일화하자" 盧, 鄭에 정식 제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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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후보단일화에 대한 입장을 급선회했다. 3일 국민참여운동본부 전진대회에서다.

TV 토론을 통해 검증을 거치고, 국민경선을 통해 후보단일화를 하자고 정몽준 의원에게 역제의한 것이다. 일종의 '조건부 후보단일화 수용론'이다.

盧후보의 갑작스러운 전략 수정은 鄭의원은 물론 당내 후보단일화론자들을 겨냥한 것이다. 현실적 성사 가능성보다는 단일화를 둘러싼 명분싸움에서 여론의 우위를 점하면서 상황을 정리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사실 후보 등록이 불과 20일 남짓 남은 현 시점에서의 경선은 비현실적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론상으로야 양측이 하루 이틀 만에 경선 룰을 마련하고, 약식으로 권역별 순회경선을 벌인다면 대략 2주 정도면 절차를 마칠 수 있다. 하지만 순조롭게 협상이 이뤄질리도 만무하거니와 무엇보다 鄭의원이 경선에 대해 부정적이다.

그러나 盧후보 측은 김명섭·강성구 의원에 이어 김원길·박상규 의원 등이 단계적으로 탈당하며 여러 차례에 걸쳐 단일화 공세를 계속하는 경우를 우려해왔다.

자칫 후보단일화 무산의 책임을 뒤집어 쓸 수 있고, 이 경우 반(反)이회창 후보표가 盧후보 진영을 외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단일화 논의를 수용하면서 ▶鄭의원이 경선을 두려워한다는 이미지를 주고 ▶후단협 등 탈당파의 명분을 차단하는 한편 ▶경선을 통한 단일화를 요구 중인 한화갑(韓和甲)대표, 김근태 고문 등 중도파에게 퇴로를 열어주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

단일화 문제를 질질 끌지 않고 종결하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 "(鄭의원이)뱃심이 있다면 하루면 충분하지만, 늦어도 5일 밤까지 결정해달라"고 시한을 설정한 것이 한 예다. 盧후보가 한걸음 물러섰는데도 제안을 거절하며 압박을 계속할 경우 盧후보에겐 향후 새로운 반격카드가 생길 수 있다.

강민석 기자 mskang@joongang. co.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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