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틴틴'4총사 돈 벌기 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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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쓸 데 없는 것만 가르친다. 쥐꼬리 용돈 때문에 쩔쩔매지 않고 여자친구에게 멋진 선물도 할 수 있다면…. 브라이언·헤밍웨이·자네테와 교수(수학을 잘해서 얻은 별명) 등 네 명의 독일 청소년은 몇 년치 용돈을 할인받아 주식에 투자할 종잣돈을 마련한다. 남들보다 더 빨리, 더 젊어서 부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그리고 우연찮게 이들 사총사에게 주식회사 설립에 관한 지식, 이익과 위험 요소, 대차대조표 보는 법 등을 가르쳐줄 소로스 2세가 나타난다. 투자 은행에서 일하고 있는 소로스 2세는 선물 거래는 어떻게 하는 것이며, 옵션이란 무엇인지 등 사총사가 주식시장에 뛰어들며 만나는 여러 궁금증을 풀어준다.

소설 형식에 어려운 경제 이야기를 녹여낸 이 책은 서양철학의 역사를 14세 소녀에게 들려주는 소설로 꾸민 『소피의 세계』(현암사)를 닮았다. 이 책 중간중간에도 『소피의…』에 대한 언급이 있다. 10대들의 눈높이에 맞춰 스승 격인 전문가와 제자인 청소년이 대화를 하다보면 유물론이든,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든 어려운 개념이 머리에 쏙쏙 들어오게 마련. 청소년 입장에서 궁금한 부분, 이해 안되는 부분은 다시 짚고 넘어가니 맥락만 잘 따라가면 어떤 성인용 입문서보다 훌륭하다. 이런 시도는 종교를 설명한 청소년 책 『테오의 여행』(동문선)에도 나온다.

『내돈은…』가 기존의 어린이 경제동화와는 좀 다르다. 다루고 있는 주식 시장 용어와 개념들이 지금 신문 지상에 등장하는 어려운 것들이다. 자본주의니, 주식시장이니 하는 큰 덩어리만 대략적으로 설명하던 경제 동화와는 틀리고, 이 책을 읽고 실전에도 도전해볼 수 있을만큼 상세하고 수준이 높다. 또 독일 주식 시장을 다루고 있지만 한국 경제 상황과 빗대볼 만한 부분도 있다. 한때 불었던 인터넷 바람과 주가 폭락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사업 설명서를 읽고, 투자할 회사를 고르고, 관련 자료를 분석하는 등 한창 투자의 재미를 느껴가던 사총사는 투자 종목을 갖고 설전을 벌인다. 위험하되 수익성이 높은 비상장 주식에 투자할까 말까를 놓고서였다. 그래서 찾은 것이 오이리디움이란 인터넷 회사. 사총사는 조만간 상장을 앞두었다는 정보를 얻고 이 회사에 투자한다. 그러나 소로스 2세까지 연루됐던 그 회사는 이사진이 투자금을 모아 달아나며 문을 닫고 만다. 불쌍한 어린 투자자들은 투자금을 송두리째 날린다. 그러나 교훈은 얻는다. 소로스 2세의 농간이 있었을지는 모르지만 모든 투자 결정은 자신들이 내린 것이었다고. 시장 경제의 어두운 면도 부각시키고, 스스로에 대한 책임의식을 일깨우고 있어 경제를 더욱 냉철하게 보게 만드는 것이 이 책이 주는 교훈이다.

홍수현 기자

shin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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