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축구 "亞무대가 좁다" 정조국 골든골 일본 제압 우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1면

조국을 위해 큰 일을 하라고 아버지가 지어준 한글 이름 '鄭조국'. 그가 한국 청소년축구대표팀(20세 이하)을 아시아 정상에 올려 놓는 큰 일을 해냈다.

정조국(18·대신고)은 1일 새벽(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알아라비클럽 경기장에서 벌어진 아시아청소년축구선수권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연장 전반 6분 통렬한 골든골을 터뜨렸다. 이 한 방으로 한국은 1998년 이후 4년 만에 우승컵을 찾아왔고 대회 통산 10회 우승의 위업을 달성했다.

이동국의 결승골로 일본을 2-1로 꺾고 우승했던 98년 태국 치앙마이대회의 완벽한 재현이었다.

연장 전반 3분, 한국은 경기를 끝낼 기회를 잡았다. 페널티 선상을 돌파하던 정조국의 유니폼을 일본 수비수가 뒤에서 잡아당겼다. 페널티지역 안에 나뒹군 정조국은 페널티킥을 불지 않는 주심을 향해 펄펄 뛰며 강하게 항의했다. 그러나 3분 뒤 정조국은 더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아크 왼쪽에서 볼을 잡은 정조국은 수비 두 명을 달고 오른쪽으로 드리블하다 갑자기 방향을 바꾸며 오른발 터닝슛을 날렸다. 볼은 뒤늦게 몸을 날린 골키퍼를 피해 왼쪽 그물을 흔들었다.

체력의 우위를 앞세워 후반에 승부를 건 박성화 감독의 작전이 맞아떨어진 경기였다. 한국은 전반 일본의 강력한 압박에 말려 두 차례 실점 위기를 맞는 등 고전했다.

그러나 박감독은 준결승에서 연장 접전을 치른 일본의 체력이 급격히 떨어진 후반 '히든 카드' 최성국(고려대)을 투입, 주도권을 뺏어왔고 결국 통쾌한 승리를 거뒀다. 주장 임유환(한양대)이 지휘한 수비진도 일본 공격을 완벽하게 차단했다.

한국은 우승컵과 함께 페어플레이상도 받았고 전날 베스트 11에 뽑혔던 김동현(청구고·4골·1도움)은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한국은 지난달 17세 이하 대표팀이 아시아선수권에서 우승한데 이어 20세 이하 대회도 석권함으로써 명실상부한 아시아 최강으로 인정받게 됐다. 특히 2000년부터 연령별로 유망주를 뽑아 체계적으로 훈련한 '유소년 육성 프로그램'이 결실을 보았다는 점에서 이번 우승은 돋보인다.

박성화 감독은 "청소년대회 사상 처음으로 중동 지역에서 우승함으로써 선수들이 자신감을 얻었다. 내년 3월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리는 세계청소년선수권에서는 8강을 목표로 하겠다"고 말했다.

정영재 기자

jerry@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