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주가 ‘쌍끌이’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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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삼성생명의 주가에 빛이 들기 시작했다. 다만 잠시 반짝하고 말지, 계속 밝혀질지는 좀 더 기다려야 알 수 있다. 그만큼 변수가 다양하게 얽혀 있다.

기업공개(IPO) 관련 7개 증권사와 계열 운용사의 매수제한이 풀린 9일 삼성생명은 11만4500원에 장을 마쳤다. 전 거래일에 비해 1500원(1.33%) 올라, 이틀 연속 상승세를 탔다. 7월 23일부터 11거래일 동안 이달 4일 하루를 제외하고 10일간 계속 올랐다. 매수 제한이 풀린 데 대한 기대감 덕이다. 이에 힘입어 5월 12일 상장한 뒤 17일부터 공모가인 11만원을 밑돌던 삼성생명은 두 달 반 만에 공모가를 회복했다.

증권사 쪽에선 구체적인 수치를 근거로 삼성생명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분석도 제시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최창규 연구원은 “한국투자운용 삼성그룹주 펀드에서 삼성화재와 비슷한 수준으로 삼성생명을 담는다고 가정하면 대략 300만 주 이상을 매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운용 외에 삼성그룹주 펀드를 운용하는 다른 운용사까지 가세하면 수요는 더 커진다.

다음 달 10일에는 코스피200지수 편입도 예정돼 있다. 이렇게 되면 코스피200을 따르는 인덱스 펀드들이 삼성생명을 투자 바구니에 담게 된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코스피200지수를 따르는 펀드 자금은 12조원 정도이며, 이들 중 400억~1000억원 정도가 삼성생명을 편입하는 수요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영증권 한주성 연구원은 “시장에서 유통되는 삼성생명 주식은 이 회사 주식의 20~25% 수준에 불과하다”며 “매수제한 해제와 인덱스 펀드 수요 등이 맞물리면 주가에 미치는 효과가 증폭돼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운용사들이 삼성생명 주식을 공격적으로 편입하기는 어려운 만큼 수급으로 인한 상승 폭은 제한적일 것이란 시각도 있다. 현대증권 이태경 연구원은 “매수제한 해제 등에 따른 기대감은 이미 반영됐다”며 “실적 등에서 성과를 내야만 추가 상승 여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수급에 따른 주가 랠리는 반짝 효과에 그칠 것이어서 앞으로의 실적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날 삼성생명이 발표한 올 4~6월 실적은 일견 호성적이었다. 매출 6조4129억원에 당기순이익은 6190억원.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80% 늘었다. 그러나 속내는 결코 화려하지 않다. 상장 과정에서 자산 평가를 하면서 생긴 일회성 이익이 많다. 한국투자증권 이철호 연구위원은 “일회성 이익을 빼면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실적”이라며 “보험계약 유지율 같은 효율성 지표들이 좋아진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당장의 실적은 그저 그렇지만, 앞으로 실적이 좋아질 가능성이 엿보인다는 진단이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말 삼성 계열사의 퇴직연금을 대거 가입받아 고정적인 든든한 자금줄을 확보하기도 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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