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발목 지뢰' 공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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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쓰나미가 휩쓸고 간 스리랑카 동부해안 지역 주민들이 이번엔 발목지뢰 공포에 떨고 있다고 영국의 BBC 방송이 13일 보도했다.

스리랑카 정부군이 타밀 반군의 접근을 막기 위해 병영 근처에 뿌려놓은 지뢰와 병참기지 내에 보관해온 P-4 대인 플라스틱 지뢰가 해일에 휩쓸려 사방으로 퍼져나갔기 때문이다. 무게 190g, 지름 7cm에 불과해 풀숲에 뿌려놓을 경우 잘 보이지도 않는다. 성인이 밟으면 발목 이하 부분이 날아가지만 아이들은 생명을 잃기 쉽다. 특히 정부군이 많이 사용해왔다.

스리랑카 동북부 칼라디의 경우 정부군 병참기지에 있던 지뢰가 모두 해안가 모래사장과 풀숲으로 흩어졌다. 제거반이 나섰지만 워낙 작고 수가 많은데다 제거장비마저 쓰나미에 쓸려가고 없어 애를 먹고 있다.

군 당국은 "발목 지뢰를 설명하고 신고요령을 알리는 포스터를 배포하고 학교 수업시간에 아이들에게 특별 교육을 시키고 있다. 제거반이 이미 75%를 수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민들은 "불안해서 아이들을 밖에 내놓지 못한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BBC는 "타밀 반군의 경우 주로 산악지대에 은거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쓰나미의 피해를 보지 않았다. 덕분에 이들이 뿌려놓은 지뢰도 전혀 유실되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라고 전했다.

스리랑카에는 다수민족인 불교도 싱할리족과 소수민족인 힌두교도 타밀족이 함께 살고 있다. 소수 타밀족 반군인 타밀호랑이는 1983년부터 정부군을 상대로 무장 독립투쟁을 벌여왔다.

런던=오병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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