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노동시장 '매우 불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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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주한 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가 펴낸 '한국 비즈니스 환경 서베이'는 세계 유수의 기업대표들을 대거 동원했고, 싱가포르와 상하이·홍콩 등지의 미 상의까지 참여시킨 방대한 조사 보고서다. 특히 이 보고서는 한국 정부가 힘을 쏟고 있는 다국적 기업의 아태지역본부 유치 노력과 관련된 타당성 검토의 성격을 띠고 있어 주목된다.

보고서는 한국이 아시아 경쟁국들 가운데 투자환경이 가장 나쁘다고 결론짓고 있다.

다음은 보고서 요약.

◇노동시장 유연성=한국의 노동조건은 매우 유연하지 못하다. 조사 대상 기업의 64.86%가 한국 노동시장의 유연성(필요시 정리해고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매우 낮다'고 답했으며 27.03%는 '낮다'고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실제로 한국은 조사 결과 경쟁국들의 노조가 경영에 대한 협력 차원에서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은 반면 유일하게 '매우 불량'(very bad)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래서 대다수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진은 다른 국가보다 한국의 노동문제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한국의 노동법은 회사가 재정 위기에 빠질 때까지 정리해고를 허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노동법은 경영진과 노조 간의 이해를 보다 조화롭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

◇외환 규제=한국은 포괄적으로 외환 규제를 하고 있어 글로벌 기업들이 자유롭게 자금을 국내외로 반출입하기가 어렵다. 조사 대상 글로벌 기업들의 83.78%가 한국의 외환 규제 정도가 '높다'고 답했으며 5.41%는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국가 이미지=한국은 장기간에 걸쳐 국가 이미지를 제고할 필요가 있다. 계획이 잘 짜인 국가 이미지 캠페인은 환율 안정, 투자자의 신뢰, 국제적인 정치적 영향력, 관광객 유치와 브랜드 제품 및 서비스의 수출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조사 대상 글로벌 기업의 51.35%는 아직도 한국의 이미지가 '낮다'고 보고 있고 8.11%는 '매우 낮다'고 답했다.

한국의 국가 이미지는 월드컵으로 크게 신장됐지만 전반적으로 현재의 글로벌 이미지는 오늘날 한국의 실제 능력에 비해 정당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영어 구사력=글로벌 기업들은 한국인들이 토익과 토플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지만 영어 구사력을 보다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고 본다. 특히 한국인들은 영어 작문력과 회화 구사력이 떨어진다.

한국의 영어 구사력은 경쟁국들과 비교해 평균 수준에 훨씬 못미친다. 따라서 다국적 기업의 지역본부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에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최고의 비즈니스 감각을 갖기 위해선 임직원의 사고방식과 의사결정도 글로벌화해야 한다.

◇세율=조사 대상 71개 글로벌 기업은 한국의 개인세율이 4개 경쟁국들과 비교해 62.16%는 '경쟁력이 없다', 10.81%는 '매우 경쟁력이 없다'고 응답했다. 한국의 법인세율에 대해 글로벌 기업들은 59.46%가 '경쟁력이 없다'고 답했으며 10.81%는 '매우 경쟁력이 없다'고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실제로 한국의 개인 세율은 일본(50%)·중국(45%)보다 낮은 39.6%였지만 싱가포르(28%)와 홍콩(17%)보다 경쟁력이 떨어졌다. 한국의 법인세율(29.7%) 역시 싱가포르(25.5%)·홍콩(16%)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권하 기자 khyo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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