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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토스카 올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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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면

올 가을 시즌 수도권 무대에 오르는 오페라는 모두 10편이다. 지난해 초연에 이어 전국 순회공연 중인 이건용의 '봄봄봄'을 제외하면 창작 오페라는 한 편도 없다.

정부 지원금을 겨냥한 창작 오페라의 거품이 가라앉은 반면 잘 알려진 스탠더드 레퍼토리로 오페라팬들을 다시 끌어들이려는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대학 오페라단까지 가세해 무료 또는 염가로 오페라를 즐길 수 있다. 대학 오페라단의 공연은 사실 몇 년만 지나면 국내 오페라계를 이끌어갈 차세대 주역들이 펼치는 무대인 셈이다.

단연 관심을 모으는 공연은 11월 21~24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르는 푸치니의'토스카'다. 현재 유럽 무대에서 활약 중인 정상급 성악가를 주역으로 초청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외국 성악가를 내세운 오페라 공연에서 가수의 지명도에 비해 연주는 실망스러운 일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공연엔 '왕년의 명가수'가 아니라 한참 주가를 높이고 있는 젊은 샛별이 등장해 눈길을 끈다.

토스카 역을 맡은 파올레타 마로쿠(34·marrocu.com)는 이탈리아 칼리아리 음악원 출신으로 소프라노 레나타 스코토를 사사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 밀라노 스칼라 극장 등에서 주역 가수로 활동 중이며 올해만 해도 베르디의'나부코'(프랑크푸르트 오페라),'가면무도회'(뮌헨 슈타츠오퍼),'맥베스'(취리히),푸치니의 '토스카'(오슬로·토리노·뮌헨)등에서 프리마돈나로 출연했다. 내년 시즌엔 푸치니의'서부의 아가씨'(베를린 도이체 오퍼)등에 출연할 예정이다. 미모와 미성을 겸비해 인기를 모으면서 2004년까지 출연 계약이 밀려 있다. 유네스코 평화 친선 대사로도 활동 중이다.

제작진이 마로쿠의 이름을 알게 된 것은 이번 공연의 지휘를 맡은 리카르도 세레넬리의 소개 덕분이다. 하지만 현지에 직접 가서 공연을 들어 본 후 최종 결정을 내렸다. 이번 공연을 제작한 한전아츠풀센터 진교영 대표는 "올 여름 프랑크푸르트 공연이 끝난 후 무대 뒤로 가서 출연 계약을 했다"며 "남편과 휴가를 보내기 위해 11월 한달 공연을 비워 놓아 초청이 가능했다"고 귀띔했다.

토스카를 괴롭히는 스카르피아 역으로 출연하는 바리톤 실바노 카롤리는 99년 이후 베로나 아레나 극장에서 '토스카''아이다''팔리아치'의 주역을 맡아온 중량급 성악가다.프라임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안양시립합창단이 호흡을 맞추고 소프라노 김향란·김재란(토스카 역), 테너 배재철·박성도·곽상훈(카바라도시), 바리톤 양준모(스카르피아) 등이 함께 출연한다. 공연 개막 오후 7시 30분. 일 오후 3시 추가. 02-3486-0145.

한편 11월 7∼10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오르는 베르디의'리골레토'(한국오페라단)는 로마극장 상임 연출가인 마우리치오 디 마티아의 무대 디자인이 관심 거리다. 무대의상도 로마극장에서 빌려왔다. 각각 국립오페라단과 예술의전당이 제작한 '리골레토'에서 질다 역으로 호평을 받았던 소프라노 김수정·김수연이 더블 캐스팅됐고 바리톤 김동규·최종우(리골레토 역), 테너 이현·최성수(만토바 공작 역) 등과 김정수 지휘의 코리안심포니와 부천 시립합창단이 함께 출연한다. 02-587-1950.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lull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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