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機內부상 신경 안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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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지난 24일 오후 울산에서 출발해 서울에 도착하는 아시아나 항공을 이용하다 겪은 일이다. 김포공항에 도착한 뒤 앞 좌석에 앉았던 사람이 가방을 꺼내다 실수로 내 머리 위에 떨어뜨렸다. 나는 당시 1∼2분 정도 정신을 잃었다. "괜찮으냐"는 다른 승객들의 말에 정신을 차렸지만 머리가 너무 아팠다. 그 와중에 승무원은 아무도 오지 않았다. 결국 승객들이 다 내린 후 내게 온 승무원에게 "상태가 심각한 것 같으니 119를 불러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그는 "청소를 해야 하니 내려달라"고 했다.

내가 기내에서 나와서도 제대로 걷지 못하자 그때서야 남자 승무원이 휠체어를 가지고 왔다. 나는 병원으로 데려가 달라고 했지만 그는 공항 의무실로 데려갔다. 그러면서 "우리는 책임이 없다. 가방을 떨어뜨린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결국 1시간30분이 지나서야 병원에 갈 수 있었다. X-레이 촬영 결과 두개골 골절과 목 부상을 입었다는 진단을 받았다. 항공사 측은 며칠 후 "짐을 떨어뜨린 사람을 찾고 있는 중"이라고 통보해줬다. 그러나 국내 굴지의 항공사가 기내에서 다친 승객을 그렇게 대한 것은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

정인숙·인터넷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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