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손길에 울고웃는 간판株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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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주식시장의 간판 종목인 삼성전자와 국민은행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최근 외국인들이 계속 사들이는 삼성전자의 주가는 줄기차게 오르는 반면 그들이 외면하는 국민은행은 떨어지고 있다.

외국인들은 25일 국민은행 주식을 많이 처분했다. 이날 새벽 미국 뉴욕에서 발표한 실적이 실망스러웠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의 3분기 순이익은 3천4백89억원으로 전분기보다 29.1% 감소했다. 3분기 충당금 적립 전 이익도 8천9백73억원으로 전분기의 1조1천억원보다 18.5% 줄었고 누적순익은 1조5천1백2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 감소했다.

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자 외국인들은 국민은행 주식 74만2천주를 내다 팔았다. 이달 들어 25일까지 무려 3백58만주를 순매도했다. 이에 따라 주가도 이달 초 4만4천원에서 출발했지만 한때 3만7천원대까지 곤두박질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할 뻔했다. 이날도 주가는 장중 한때 4만원선이 무너지는 등 줄곧 약세를 보이다 4만4백원에 장을 마쳤다.

외국인들이 국민은행 주식을 외면하는 이유는 단순히 실적이 예상치를 밑돌았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익을 구성하는 내용이 더 문제라는 것. 연체율이 급상승하고 이자 수익이 제자리에서 맴도는 등 향후 전망도 밝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대증권 백동호 애널리스트는 "대손상각을 많이 했음에도 고정이하 여신비율이 상승하는 등 양과 질에서 영업기반이 약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시가총액이 가장 큰 삼성전자는 DDR D램 가격의 상승세를 업고 외국인들의 주목을 다시 끌고 있다.

DDR D램 가격은 2백56메가의 경우 8달러를 넘어 연중 최고치인 8.32달러에 바짝 다가서고 있다. 물량부족 상태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인데 이는 연말까지 계속 되리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DDR 생산에 강점을 가진 업체들이 혜택을 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3분기 실적도 견실한 것으로 나타나자 외국인들은 삼성전자에 대한 매수를 늘리고 있다. 이들은 지난 주말 90만주를 순매수한 데 이어 이번주 들어 24일까지 64만주를 사들였고 25일에도 12만주 이상 순매수했다.

주가도 연일 오르고 있다. 이달 중순 27만3천5백원까지 떨어졌던 주가는 계속 올라 25일에는 34만원을 회복했다.

대신경제연구소 진영훈 선임연구원은 "DDR D램 가격의 강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본다"며 "매년 7조∼8조원의 이익을 내는 회사인 만큼 미국 주가가 급락하지만 않는다면 외국인의 매수는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현철 기자

chdck@joongang. co.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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