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자격증 주의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22면

부동산 분야에 민간 자격증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으나 실효성이 의심스러운 것들이 많아 주의가 요구된다.

이들 자격증은 '취업보장''관련 업계 자격취득자 취업 쇄도''최고의 전문가'등의 수식어를 달고 따기만 하면 고수익을 올릴 것처럼 홍보하고 있지만 실제 시장에서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특히 자격증의 상당수가 교육이나 시험의 질이 미흡해 교재 판매가 목적이라는 지적까지 받고 있다.

현재 부동산 분야에서 시행되고 있거나 준비 중인 민간 자격시험은 줄잡아 20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부동산권리분석사·부동산재산관리사·부동산공경매사·부동산경매상담사·부동산경매사·부동산컨설턴트·빌딩경영관리사·빌딩관리사·건축물종합관리사 등 비슷한 성격의 시험이 3∼4개의 시행처를 통해 이름만 바꿔 치러지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시험 내용이 실무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응시생이 적어 공신력이 떨어지고, 이에 따라 자격증 지속 여부에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 지난 6월 1회 시험을 치른 부동산재산관리사의 경우 시행처인 H재단이 밝힌 합격자가 91명이고, H사단법인이 시행하는 건물종합관리사 역시 올 10월 3회 시험의 응시생이 2백여명에 불과했다.

최근엔 부동산 분양상담사 자격증까지 등장해 내년 2월께 1회 시험을 치른다며 수험생을 모집하고 있으나 자칫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 S분양대행사 사장은 "분양상담사는 현장 실무가 중요한데 서류뿐인 자격증이 필요한지 의문"이라며 "시험을 위한 이론교육은 취업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들 시행기관은 부동산 학원이나 출판사와 연계해 반드시 지정된 교재매입을 강요하고 있어 자격증보다는 학원 수강생 모집과 교재 판매가 목적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받고 있다.

현재 부동산 관련 수업·강의료는 2∼4개월 과정에 줄잡아 30만∼60만여원에 이르지만 원리를 이해하기 보다는 '찍어주는 것만 보면 모두 합격한다'며 수강생을 모집하고 있다.

또 3회 이상, 1년 이상 시험을 실시할 경우 국가공인 자격을 신청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국가공인 자격을 추진하고 있다고 선전한다.

하지만 실제 부동산 분야에서 국가공인 인정을 받은 민간 자격증은 단 한 개도 없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부동산컨설턴트·부동산권리분석사·부동산경매사 등 부동산 관련 4개의 자격증이 국가공인을 신청했으나 공인자격증인 공인중개사와 변호사·법무사 등과 업무영역이 불투명하다는 이유 등으로 모두 반려됐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윤여인 연구원은 "민간 자격증 가운데 취업이 보장되는 것은 많지 않으며 오히려 취업보장을 내세워 자격 준비생들에게 교재판매나 돈을 뜯어내는 사례가 빈번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미숙 기자

seomis@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