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자유구역, LH 주택사업 … 지방에서 막힌 정부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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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인천경제자유구역 청라지구(인천 서구 경서동). 올해 첫 입주가 시작된 이곳 아파트 단지 등에서는 주민들과 공사 관계자들이 정부의 경제자유구역 해제 방침을 놓고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달 입주했다는 편모(44·여)씨는 “국제금융 허브라는 청사진을 믿고 인근 지역의 2배 가까운 값에 분양받았는데 무슨 날벼락이냐”고 말했다. 다른 주민도 “국제업무센터나 서울대-KAIST 바이오포트 등의 주요 사업들이 무산되면 청라지구는 썰렁한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전국 6개 경제자유구역 내 35개 단위지구의 지정 해제 추진 방침이 전해지자 해당 지자체와 주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경제자유구역 개발 계획을 토대로 길게는 8년여 동안 형성돼 온 투자와 권리관계 등이 백지화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김영학 지식경제부 제2차관보는 6일 “경제자유구역 해제는 일방적으로 추진하지 않고 지자체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 희망하는 곳만 해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제 지구에 포함된 인천 영종지구 주민들은 해제가 결정될 경우 강력한 반대투쟁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용유·무의주민대책위 관계자는 “개발을 명분으로 수십 년간 재산권 행사를 막아놓고 이제 와서 뒤집으면 주민들의 피해가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6일 “1단계 인프라 구축이 마무리된 만큼 당초 계획대로 흔들림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10개 지구 53.25㎢가 재검토 대상에 포함된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은 “사업완료(2020년)까지 10년이나 남았는데 당장의 외자유치 실적이 부진하다고 해서 해제하려는 것은 성급하다”는 입장이다. 이치우(49) 가주지구수용대책위원장은 “수용·보상 약속만 믿고 대출을 받아 이주를 추진하고 있는데 막막하다”고 말했다.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은 “재검토 대상 7개 단지 대부분이 2016년 착공 예정인데 미리 해제되면 주거·업무지역 확보에 큰 차질을 빚을 것”이라며 걱정이다. 새만금군산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도 “지정된 지 2년여 만에 해제를 논의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황해경제자유구역청은 “대(對)중국 관문으로 아산만권 일대는 개발 경쟁력이 높다”며 해제 검토에 반발했다. 이곳은 5개 지구 모두 재검토 대상에 포함됐다. 그러나 이곳 주민들은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김진선(54) 송악지구주민대책위원장은 “기약도 없이 주민 재산권을 제약하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정기환·이해석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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