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가 카지노 VIP 영업장의 전산 시스템을 교체한 것은 지난해 1월이었다. 기존 시스템에선 게임 때마다 개별 회원이 따거나 잃은 돈이 기록돼야 다음 게임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새 시스템의 경우 게임액이 기록되지 않는다. 지난해 VIP 영업장을 드나든 박씨의 게임액 기록이 남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해원 변호사는 “불법 베팅 사실을 감추는 등 민·형사상 불이익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멀쩡한 시스템을 교체한 것”이라고 했다. 정 변호사는 VIP 고객이었던 이들이 “강원랜드 측이 불법 대리 베팅을 주선해 필요 이상의 돈을 잃게 됐다”며 강원랜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9건을 대리하고 있다. “일정 한도의 금액을 넘겨 베팅할 수 있도록 강원랜드가 베팅 대리인(속칭 ‘병정’)을 소개해주거나 대리 베팅을 알고도 눈감아줬다”는 게 소송 청구인들의 주장이다. 이 중에는 360억원을 카지노에서 잃었다는 사람도 포함돼 있다.
이 9건 중 4건은 1심에서 강원랜드의 책임을 20% 인정하는 취지의 일부 승소 판결을 받고 현재 서울고법에서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본지 2009년 7월 6일자 29면>본지> 4건 모두 강원랜드가 갖고 있던 게임액 기록이 법원 판단의 근거로 활용됐다.
강원랜드 측은 “소송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강원랜드 김원형 법무팀장은 “종전의 전산 시스템은 고객이 잃은 돈의 일부를 보상의 뜻으로 돌려주는 외국 카지노를 본떠 만든 것이었다”며 “강원랜드엔 보상금 제도가 없는 데다 게임 이용액 기록으로 게임 진행이 더뎌져 고객에게 불편을 주고 직원들의 업무도 가중된다는 지적에 따라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액 거래’ 보고는?=게임액 기록이 사라지면서 강원랜드가 고액 사용 내역을 정부기관에 보고해야 하는 의무를 게을리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강원랜드 카지노는 ‘특정 금융거래정보 보고에 관한 법률’에 따라 1회 2000만원 이상의 거래를 FIU에 보고해야 하는 금융기관으로 분류된다. 이에 대해 김원형 팀장은 “거액 거래 내역을 FIU에 성실히 보고하고 있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FIU 측은 “보고 여부를 공식적으로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최선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