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방영 개인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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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면

황토색 붓질이 후드드득 지나간 한지에 사람 하나가 태어난다. 방금 흙에서 솟아난 것처럼 원시적 생명력으로 꽉 찬 그가 대지를 박차고 튕겨오를 듯 보는 이에게 달려든다. 화가 박방영씨가 그리는 인물들은 기가 살아 있다. 어린 시절부터 길러온 탄탄한 서예 실력이 바탕이 됐기에 화면을 들고 놓는 붓자국들이 신바람을 일으킨다. 11월 5일까지 서울 관훈동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박방영 개인전'은 폭발하듯 터져나오는 그 흥이 벽면을 타고 출렁인다. '뜻이 있는 길'(사진) 등 근작들은 물질문명 속에서 잦아드는 인간의 힘을 돌아보게 만든다. 즉각적이되 여유롭고, 자유롭되 격이 있다. 작가는 인생 고락을 문장으로 곁들였다. 수묵에 아크릴을 접붙인 그의 그림은 동서양을 아우른 현대판 문인화라 부를만 하다. 02-73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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