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대사 릴레이 인터뷰] 2. "후진타오 주석 11월께 방한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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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빈(李濱) 주한 중국대사는 '솔직하다'는 평을 듣는다. 사회주의 국가의 외교관답지 않게 자기 의견을 분명하게 밝힌다. 리빈 대사와의 인터뷰는 13일 서울 효자동의 주한 중국대사관에서 한 시간가량 이뤄졌다.

-탈북자 실태조사를 위해 방중한 한나라당 의원단의 기자회견이 중국에 의해 제지돼 한국 여론이 악화됐는데.

"사태 처리에서 중국 관계자는 선의와 인내심을 갖고 예의 있는 태도로 설득 노력을 했다. 외국인 방문객은 방문국의 법과 질서를 준수해야 한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듯 중국에 온 손님으로서 현지 법과 예의를 존중하고 지키는 것은 서로에 대한 도리다."

-탈북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이러다 북한이 자체 붕괴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탈북자 문제의 해법은 없겠는가.

"북한은 정치적으로 안정돼 있다. 붕괴 운운은 어림없는 추측이다. 탈북자의 발생 근원은 북한 경제가 어려운 데 있다. 북한 경제가 호전돼야 탈북자 문제가 완전 해결될 수 있다. 한국의 지원은 북한 경제 회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중국이 북.중 국경지역의 경비를 공안(公安.경찰)에서 인민해방군으로 모두 바꿨다.

북한이 붕괴될 경우 중국군을 투입하기 위한 대비책이라는 분석도 있다.

"전혀 사실과 다른 이야기다. 중.북 국경 지역은 지난 몇십년 동안 공안이 경비를 섰다. 그러나 러시아.베트남 등 다른 국가와의 국경 지역은 군이 경비를 맡아 왔다. 오직 북한과 미얀마, 두 나라와의 국경만 군이 경비를 맡지 않았다. 한 나라에 두 가지 제도가 실시돼온 것이다. 그러다 보니 서로 모순되고 관리상의 불편도 있었다. 이 같은 이유에서 지난해 북한과 미얀마 국경 경비 공안을 군으로 교체한 것이다. 다른 의도는 전혀 없다."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첫 해(2003년) 중국을 방문했다. 중국 최고 지도자의 한국 방문은 언제쯤 이뤄질 것인가.

"중.한 양국은 수교 이래 고위층의 상호 방문을 통해 양국 관계를 발전시켜 왔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올해 11월 부산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를 전후해 한국을 공식 방문할 것으로 생각한다."

-6자회담은 언제 재개될 전망인가.

"문제의 복잡성과 민감성, 그리고 각국의 서로 다른 입장과 이해관계 등을 감안할 때 회담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있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당사국은 물론 국제사회도 6자회담이 북핵 해결의 가장 적절한 해법이란 데 의견이 일치한다. 당사국들이 서로 양보하는 자세와 성의를 보이면 조기 재개돼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중국은 이를 위해 한국과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다."

-새해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를 어떻게 보는가.

"동북아 지역은 나라가 많고 발전 잠재력도 큰 곳이다. 하지만 문제도 적지 않다. 예컨대 북한 핵 문제는 세계적 관심사다. 또 천수이볜(陳水扁)의 대만 당국이 대만을 중국에서 분리시키려는 독립 행각은 이 지역의 커다란 불안 요소다."

-지난해 주한 중국대사관 관계자가 한국 정치인들을 방문하거나 전화를 걸어 대만 방문 자제를 요청한 바 있다. 한국에선 이를 지나치다고 보는 견해가 많은데.

"중국은 한국과 대만 간 순수 민간 차원 교류를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정치인은 여느 민간인과는 다르다. 개인적 차원의 방문이라고 하지만 대만에 잘못된 메시지를 주거나 악용될 여지가 있다. 천수이볜 취임식에 참석할 경우 한국이 대만 독립을 지지하는 것처럼 이용될 수 있다. 대만 문제는 13억 중국인의 감정과 관련된 것으로 중국 정부로선 민감한 사안이다. 우리는 한국의 정치인들에게 이 같은 우려를 알리는 것이다. 부디 오해가 없었으면 한다."

-한.중은 고구려사 문제로 심각한 갈등을 겪었다.

"지난해 상당히 어려운 시기가 있었으나 양국 지도자와 외교부 등 모두의 노력으로 이 문제에 대한 구두 합의에 이를 수 있었다. 앞으로는 합의된 사항을 준수해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젠 학자들의 과학적 접근과 연구를 통해 문제를 풀어가는 게 순서다"

-올해 한.중 교역액은 1000억달러 돌파가 예상된다.

"1992년 수교 당시 50억달러에 불과했던 교역액이 지난해 900억달러로 급증했다. 2003년 양국 정상이 제기한 '2008년 1000억달러 교역액 달성'을 앞당겨 올해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양국의 동반자 관계가 더욱 돈독해진다는 의미를 가진다."

-한.중 인적 교류도 급증하고 있다. 양국민에게 조언을 한다면.

"양국 주요 도시엔 매주 800여편의 항공기 운항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양국 간의 인적 교류는 300만명을 넘었다. 상대의 문화와 풍습을 존중하는 자세로 교류해 나가면 더 큰 성과를 거둘 것이다. 중국인의 한국 방문이 여러 제한으로 비자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이 이 부분에 관해 좀더 편의를 주었으면 한다."

-대사는 한반도에서 25년 이상 체류했다. 남북한 생활을 간단히 비교한다면.

"2005년 을유년 들어 한반도에서 26년 동안 공부하고 일하게 되는 셈이다. 행운이라고 생각하며 한반도를 제2의 고향으로 여기고 있다. 남북한은 같은 민족으로서 똑같이 근면하고 지혜롭다. 물론 중.한 간의 업무량이 중.북 간보다 많다. 한국에서는 보통 40~50일 전에 선약을 해야 할 정도로 바쁘다. 그러나 그만큼 보람도 크다."

정리=유상철, 사진=김춘식 기자

만난 사람= 조현욱 국제부장

정리=유상철<scyou@joongang.co.kr>

사진=김춘식 기자 <cyjbj@joongang.co.kr>

*** 리빈 대사는

남북한서 26년 지낸 최고 한국통

"원숭이띠라 장난이 심하지요." 1956년 베이징 출생인 리빈 중국대사의 유머 넘치는 인사말이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장난이 심한 게 아니라 재주가 많다"고 한다. 그는 북한 김일성종합대학으로 유학을 떠난 72년부터 한반도와 인연을 맺었다. 77~82년과 86~91년 두 차례에 걸쳐 북한의 중국대사관에서 일했다. 한국 근무도 94~97년에 이어 대사로 부임한 2001년 9월부터 지금까지 두 번이다. 그에게 '중국 외교부 내 최고의 한국통' '젊은 한국통' 등의 수식어가 붙는 게 당연하다. 폭탄주 20잔에도 끄떡없는 주량으로 한국 친구가 유난히 많다. 청국장과 매운 것은 무엇이든 잘 먹는다는 그의 애창곡은 '만남'과 '애모'. 취미는 역사책 읽기와 탁구와 배드민턴.수영 등. 한국에 대사로 부임한 이후엔 사교를 위해 골프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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