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경찰·출입국관리소·세관 'VIP 검색 강화'감정 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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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인천국제공항에서 세 파견기관간의 미묘한 힘 겨루기가 한창이다. 경찰(공항경찰대)과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세관의 물고 물린 감정싸움이다.

발단은 지난달 경찰이 "불법입국에 관여한 중국동포를 폭행하고 금품을 빼앗았다"며 출입국관리소 직원을 긴급체포하면서다. 그가 결국 무혐의 처분을 받자 출입국사무소는 '응징'에 나섰다.

경찰을 포함, 각 기관의 VIP(귀빈)들에 대한 출입국 수속을 까다롭게 한 것이다. 겉으로는 "원칙대로"라고 정색을 한다. 그러나 한 관계자는 "경찰이 자기들 귀빈에 대한 의전에 우리가 잘 협조하지 않는다고 무리수를 두었다"고 말해 감정대응임을 시사했다.

그리고 미국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총회에 갔다가 지난 3일 귀국하던 전윤철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 일행 중 田부총리 부부와 수행비서를 뺀 나머지 수행간부들이 일반 입국수속을 거치는 일이 발생했다. 이에 이번에는 재경부 산하 독립 외청(外廳)인 세관이 발끈했다.

"얼마 전 김정길 법무장관 입국 때는 10여명의 수행원까지 무사통과 시키더니 이런 결례가 어디 있느냐"는 강력 항의와 함께 귀빈들 수하물 검색을 강화하기 시작한 것.

공항 내에선 21일 인천공항 세관장이 바뀐 이유가 "그날 田부총리 사건 때문"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항공사와 공항 의전담당 직원들은 비상이 걸렸다. 자신들이 수속을 대행해 주던 귀빈들의 입출국이 지연되거나, 귀빈들을 안내해 세관을 통과하려다 "가방을 열어보라"는 요구를 받는, 전에 없던 일이 잦아진 것이다.

대한항공 특수고객팀 관계자는 "세계 어느 공항에서도 항공사가 에스코트하는 귀빈에게 결례를 하는 경우는 없다"며 "엉뚱한 화풀이로 국제망신을 자초하고 있다"고 불평했다.

이들 기관의 승강이를 지켜본 국가정보원 인천공항분실은 최근 직원들에게 '공식 의전행사가 아닌 경우에는 개입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

김창우 기자

kcwsss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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