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 주변 주민 절반 알레르기 증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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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인천시 서구 경서동 수도권 쓰레기매립지 인근 주민 절반 이상이 각종 알레르기 증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사실은 의료법인 하나로 의료재단이 수도권 매립지주민대책위의 의뢰로 지난해 10월부터 최근까지 매립지 주변지역인 서구 오류·왕길·금곡·마전동 주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건강검진 결과 밝혀졌다.

검진 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 주민 2천6백14명 가운데 52%인 1천3백60명이 피부나 호흡기 알레르기 증상을 보였다. 또 37.3%는 고지혈증(혈관에 지방질이 축적되는 증상)을 보였다.

이번 알레르기 양성 반응률은 1999년 조사 당시 30.7%보다 21.3%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또 20% 미만에 머물고 있는 한국인 평균 알레르기 양성 반응률보다 크게 높은 수치다.

특히 매립지로부터 반경 2㎞ 이내에 위치한 D초등학교의 경우 전체 학생의 49.8%가 알레르기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초등학생들의 평균 알레르기 양성 반응률은 10% 미만이다.

이에 따라 주민대책위는 D초등학교 학생 가운데 알레르기 증상이 심각한 5명에 대해 22일 인하대병원에서 정밀 검진을 의뢰할 계획이다.

하나로 의료재단 관계자는 "쓰레기매립장 주변 주민들의 중금속 대사 산물(인체에서 배출되는 노폐물 가운데 중금속 함유 정도) 조사에서도 14.9%인 3백92명이 양성 반응을 보여 한국인 평균치를 휠씬 웃돌았다"고 밝혔다.

대책위 이경우(李敬雨·42) 총무는 "주민들의 알레르기 증상이 매립지의 쓰레기 침출수나 악취에 의한 것인지 알아보기 위해 2차 정밀 검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천=정영진 기자

ch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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