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장보기, 냉동·냉장식품 마지막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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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주부 이윤경(37·서울 신길동)씨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며칠 전 승용차를 운전해 대형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 먼저 식료품 코너에 들러 냉동새우와 오징어·조갯살 등을 카트에 담았다. 그러고는 매장 여기저기를 다니며 1시간여 쇼핑을 더 했다. 이어 후끈 달구어진 차 트렁크에 장바구니를 싣고 집에 왔다. 그런데 장바구니를 꺼내보니 냉동새우는 다 녹아 흐물해졌고 조갯살과 오징어는 누렇게 변색된 데다 상한 냄새까지 풍겨 먹을 수 없게 돼 버렸다.

이처럼 소비자의 절반가량이 대형마트 등에서 장보는 순서나 요령을 제대로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무더위가 기승을 부려 식품이 쉽게 상하는 여름철에는 장보기 요령을 익히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최근 전국 609가구를 면접 조사한 결과 특별한 순서 없이 장을 보는 가구가 47.1%에 달했다고 밝혔다. 게다가 ‘계절에 관계없이 냉장·냉동 식품부터 구입한다’는 응답도 5.1%나 됐다.

식약청 식품미생물과 곽효선 연구관은 “식중독 예방 등 식품 안전을 고려한다면 대형매장에서 장을 볼 때는 육류·생선·두부 등 상하기 쉬운 식재료는 마지막에 구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특히 여름엔 비식품류(의류·가정용품 등)→일반식품→냉동식품→냉장식품 순서로 구매하고 가급적 1시간 이내에 장보기를 마치는 것이 좋다는 설명이다.

식약청에 따르면 황색 포도상구균(식중독균)에 오염된 김밥을 먼저 산 뒤 나머지 쇼핑을 마치고 장바구니를 트렁크에 넣어 집에 도착할 때쯤(약 1시간30분 소요)이면 세균수가 10배로 불어난다는 것이다. 한강성심병원 감염내과 우흥정 교수는 “고온 다습한 여름에 차 트렁크는 세균이 자라기 더없이 좋은 환경이 된다”며 “식재료는 반드시 트렁크 대신 차 안에 넣어 운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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