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場선 손해 감수할 줄 알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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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도마뱀은 다른 동물에게 잡힐 위기에 처하면 자신의 꼬리를 잘라낸다. 잘린 꼬리가 꿈틀거리면서 공격자가 잠시 주춤하는 사이 재빠르게 도망갈 수 있는 시간을 버는 것이다. 결국 도마뱀은 신체의 일부를 포기한 대가로 자신의 목숨을 건지는 생존 전략을 터득한 셈인데, 주식 투자자들도 이를 배울 필요가 있다.

주식을 사고 팔다 보면 예상과 달리 주가가 하락하면서 손실을 입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게 되는데, 이럴 경우 주식을 계속 갖고 있는 게 나을지 아니면 손실을 보더라도 파는 게 나을지를 두고 고민하게 된다. 시장이 활황일 때는 어쩌다 매수 시점이 좋지 않아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이 때는 잠시 기다리면 주가가 다시 오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시장이 침체에 빠졌을 때는 아무리 기다려도 처음 샀을 때의 가격까지 회복되기가 힘들고, 경우에 따라서는 손실 폭이 점점 더 커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대다수 투자자들은 본의 아니게 장기 투자에 들어가기로 마음을 먹게 된다. '언젠가는 주가가 오르지 않겠느냐'는 막연한 배짱과 오기가 생기면서 주식을 보유한 채 주가가 오르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린다.

그렇지만 기대와는 다르게 시간이 갈수록 주가가 더 하락하고, 나중에는 시장 상황이 더 악화돼 불안감이 엄습한 나머지 뒤늦게 투매에 나서 큰 손실을 입는 일이 많다.

만일 약간의 손해를 보고 있을 때 일찍 손절매를 단행했더라면 손실 폭을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사람의 심리가 손해를 보고 파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손절매를 결심하기는 여간해서 쉽지 않다. 그래도 침체 국면에서 막연한 기대감만으로 주식을 부둥켜 안고 있는 것은 현명치 못한 일이다. 외국인 투자자나 기관들의 경우 대개 15∼20% 정도의 손절매 범위를 정해 두고, 주가가 이를 벗어나면 과감하게 손절매를 단행해 추가 손실을 막는다. 도마뱀의 잘라낸 꼬리가 시간이 지나면 다시 자라나듯 일찍 손절매를 잘하면 손실을 만회할 기회는 언제든지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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