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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K 위안부 특집 방송 자민당 간부가 축소 압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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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자민당 간사장대리와 나카가와 쇼이치(中川昭一) 경제산업상(자민당 의원)이 공영방송 NHK에 압력을 넣어 종군위안부 관련 특집 프로그램의 내용을 축소.변경시켰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12일 보도했다.

두 사람은 보수.강경론자로 평가되고 있다. 아베는 유력한 차세대 총리 후보로 꼽힌다. NHK는 2001년 4부작 '전쟁을 어떻게 재판할 것인가'를 제작하고 있었다. 2회분은 2000년 12월 각국 시민단체가 도쿄(東京)에서 개최한 모의재판 '여성국제 전범 법정'등을 중심으로 제작 완료된 상태였다. 여기에는 "옛 일본군의 강간.위안부제도는 반인도주의 범죄이며 일왕에게 책임이 있다"는 모의재판의 결론과 위안부 출신 여성의 증언이 수록돼 있었다. 두 사람은 2001년 1월 NHK 방송총국장과 국회 담당 국장 등 간부 2명을 의원회관으로 불렀다. 그리고 "2회분이 편향적"이라며 "객관적인 프로그램으로 다시 만들라"고 요구했다. 나카가와는 "못하겠으면 방송하지 말라"고 말했다. 결국 NHK 제작국장은 "국회에서 NHK 예산을 심의하는 시기에 정계와 싸울 수 없다"며 내용을 변경하라고 지시했다. 그 결과 모의재판 결론부분과 위안부의 증언 등은 삭제되거나 대폭 축소됐다. 이는 NHK의 내부 폭로로 밝혀졌다. 아베는 "국회의원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실이 밝혀지자 관련 시민단체들은 두 사람에게 의원직 사퇴를 요구했다.

도쿄=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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