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 자판기 주차 체인店 '타임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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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노란 바탕에 검은색 영문자 'Times 24h'. 일본의 운전자 중 파크24라는 회사 이름은 몰라도 'Times 24h'(타임스)라는 주차장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1990년대 중반부터 급속히 보급된 자판기식 무인주차장이다. 지역에 따라 1백엔당 주차시간은 15분,20분,30분으로 나뉜다.

타임스가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일본에서는 완전 무인주차장이 없었다. 기계식 주차장에서도 대부분 관리인을 두고 운영했다. 이 때문에 인건비가 들어 주차장에서 수익을 내기가 구조적으로 어려웠다.

운전자들도 기존의 주차장 영업에 불만이 많았다. 일본에선 주차장 주인이 월 단위로 주차료를 선납받고 주차공간을 고정적으로 빌려주는 곳이 많다.

계약자들은 차를 회사에 두고 오거나 며칠간 여행을 떠나 주차장을 비워두더라도 요금을 꼬박꼬박 물어야 한다. 또 도심의 시간제 주차장은 30분당 3백∼5백엔으로 무척 비싼 데다 잠깐 볼일을 보러 차를 대더라도 30분 또는 1시간 단위로 요금을 물어야 한다.

파크24는 이같은 공급자 측의 한계와 수요자들의 불만 사이를 파고들었다. 이를 위해 도입한 것이 자판기식 무인주차장 '타임스'다.

무인 주차시스템은 지금은 생활화돼 모두들 당연하게 느끼고 있으나 10년 전만 해도 일본 최초의 발명품이었다. 이것이 이제는 일본의 주차문화를 싹 바꿔놓았다.

사용방법은 간단하다. 사각형의 주차공간에 자동차를 댄 뒤 바로 옆의 동전투입기에 동전을 넣는다. 이때 땅바닥의 잠금장치가 올라오므로 정산을 하지 않은 채 그냥 차를 뺄 수는 없다.

일이 끝난 뒤 동전투입기에 표시돼 있는 주차시간과 더 집어넣어야 할 돈을 확인하고 정산하면 잠금장치가 해제된다.

관리인이 없는데도 주차장이 돌아가는 것은 파크24가 개발한 '파크로크'라는 자동잠금식 주차요금 징수기 덕분이다. 이것이 무슨 첨단기계는 아니다.

동전을 넣으면 타이머가 돌아가면서 잠금장치가 작동하고, 나중에 타이머가 돌아간 대로 동전을 더 넣으면 잠금장치가 해제되는 간단한 원리다. 기술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발상이 중요한 것이다.

파크24는 또 지난해부터 휴대전화·인터넷·카 네비게이션을 통해 '타임스'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위치뿐 아니라 빈 주차공간이 있는지도 표시해주고 있다. 주차공간 검색건수는 하루 2만건을 넘는다.

'타임스'의 차량 1대분 주차공간의 매출액은 현재의 가동률 48%를 기준으로 월평균 7만6천엔이다. 시설 관리비 6만7천엔을 빼면 월 9천엔이 남는 셈이다. 파크24는 일본 전국 4천5백여곳에 약 5만대의 주차공간을 확보하고 있으므로 가동률이 1% 높아질 때마다 연간매출이 6억엔 늘어난다고 한다.

간단한 아이디어 하나로 파크24는 고속성장을 거듭해 99년 주식을 상장했다. 주가는 2천엔을 조금 넘으며 시가총액은 7백50억엔이다.

도쿄=남윤호 특파원

yh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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